전통음악 전승·버스킹·뮤지컬…세계가 ‘음악도시 대구’ 인정

  • 최수경
  • |
  • 입력 2017-11-02 07:31  |  수정 2017-11-02 07:34  |  발행일 2017-11-02 제7면
대구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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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구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이 확정되자 지역사회에선 ‘우물 안 공연문화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지리적 여건 탓에 교류가 힘들었던 유럽·남미지역 도시들과 ‘음악’을 매개로 활발한 문화교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구가 이 교류 틀 속에서 도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음악 연계 창의산업 육성 기반 마련, 관광 증대 등 다양한 유·무형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창의도시 네트워크 강령엔 세계 전 지역 공공 및 민간 부문·전문기관·공동체·시민사회·문화협회 등을 포괄하는 파트너십을 통해 창의성을 지속가능발전의 전략적 요소로 삼는 도시 간의 국제협력 증진을 도모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녹록지 않은 국제적 사명에 대구가 막 출발선상에 섰다.

박태준·현제명 등 음악가 풀 탄탄
1천석 규모 공연장 11개나 운영
음악행사 유네스코 브랜드 활용 가능
더 큰 국제무대 진출 디딤돌 될듯


◆대구의 음악적 자산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의 부름을 받은 것은 그만큼 대구의 음악적 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비산날뫼북춤·고산농악·판소리·영제시조 등 9개 전통음악 자산이 잘 전승·발전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대구는 근대음악이 태동한 곳이기도 한다. 사문진 나루터는 1900년 국내 최초로 피아노가 유입된 곳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화원동산엔 2011년부터 해마다 100대 피아노콘서트가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대구 출신으로 근대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도 수두룩하다. 박태준은 1920년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가을밤’을 작곡했다. 한국 서양음악사의 큰 별로 불리는 현제명은 가곡 ‘고향생각’, 최초의 가극 ‘춘향전’ 등 주옥같은 곡을 만들었다. 김문보는 최초의 바리톤 독창자로 기록돼 있다. 테너 권태호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독창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6·25전쟁 때 대구로 피란 온 예술인들에겐 ‘사랑방’으로 인식된 국내 1호 클래식 감상실 ‘녹향’(1946)은 예술작품 창작활동의 산실 역할을 했다. 이를 보고 당시 외신들은 대구를 ‘전쟁의 페허 속에서도 바흐의 음악이 흐르는 도시’로 묘사하며 극찬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이후 도심 곳곳에선 상처받은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멜로디가 흐르는 음악도시’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버스킹(거리공연)이 바로 그때 처음 등장했다. 각종 공연 인프라와 축제는 대구의 문화여백을 더 촘촘하게 메웠다. 대구오페라하우스(1천508석), 대구콘서트하우스(1천284석) 등 1천석 이상 공연장이 11개나 포진해 있다. 2000년 개관한 코오롱 야외음악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야외공연장의 위용을 뽐낸다. 계명대 음악박물관(2000년), 한영아트센터 축음기박물관(2005년)은 전문음악박물관 시대를 열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2007년)은 멕시코·카자흐스탄 등과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지역 시민정신을 테마로 한 뮤지컬도 시민들에게 선보인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대구의 시대정신이 오롯이 담긴 국채보상운동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기적소리’와 최초로 국내에 피아노가 유입된 사실에 근거해 만든 다큐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페라 분야에선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점을 증명할 ‘가락국기’가 실제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만든 창작오페라 ‘가락국기’가 주목받았다. 대구오페라축제(2003년)는 내년에 독일 하노바 극장과 교류를 시작으로 향후 미주·아프리카지역과의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포크음악 대가의 이름을 딴 ‘김광석 거리’(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엔 전국의 음악 애호가들이 몰려든다. 이를 계기로 2015년부터 대구포크페스티벌이 열린다. 고(故) 김광석을 3D로 복원하는 홀로그램도 국내 최초로 시도됐다.

◆음악창의도시 가입 의미와 기대효과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 입성은 대구로선 음악장르를 갖고, 더 큰 국제무대로 나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가장 큰 동력은 대구에서 각종 대규모 음악행사를 개최할 경우 유네스코 명칭과 로고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브랜드를 활용하면 대구 전체 도시 이미지 향상 및 해외관광객 집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도시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지역 문화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된다. 대구시는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30개 회원도시와 수시로 폭넓은 음악교류 활동을 할 수 있다. 전설적 록그룹 ‘비틀스’가 결성된 영국 리버풀, 악기산업이 발달한 일본 하마마쓰, 합창단 중심도시 독일 하노버, 레게음악의 아버지 밥 말리의 고향인 자메이카 킹스턴 등 평상시 교류하기 힘든 유럽, 남미지역과 문화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기껏해야 올해부터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일본 교토와 중국 창사와 문화교류를 시작한 대구는 현재 여건만 보면 창의도시 네크워크 가입 전엔 이 같은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대구시는 전했다.

실제 2010년 공예·민속예술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된 이천(경기도)의 경우 일본 가나자와 등 아시아지역은 물론 남미와 유럽 등지에서도 먼저 교류를 희망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다. 아울러 공예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과 인력 양성 기반이 구축돼 해외시장 개척이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지역엔 문화예술단체 소속 종사자 9천968명 중 38.9%가 음악쪽이고, 해마다 지역 대학에서 음악 전공자 800명이 배출된다”면서 “음악은 무대기술·무용·패션 등 다른 장르와의 융합도 용이해 이번 음악창의도시 입성이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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