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영남권 첫 女 소방지휘관’ 이오숙 대구북부소방서장

  • 권혁준,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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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0 08:37  |  수정 2018-02-10 08:37  |  발행일 2018-02-10 제22면
“‘여성은 이 업무만 해야 해’라는 생각 탈피…모든 일 거절하기보다 도전”
20180210
지난달 1일 대구 최초의 여성 소방서장으로 취임한 이오숙 대구 북부소방서장이 소방차량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소방분야는 힘든 업무환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여성에게는 ‘넘사벽’이었다. 때문에 오랫동안 남성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전국의 여성소방관 비율은 7%에 불과하며, 대구는 이보다 더 적은 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꺼운 유리천장을 뚫고 지난달 1일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소방서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오숙 대구 북부소방서장. 1988년 12월 대전에서 소방사로 임용된 지 29년 만에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 최초의 여성 소방지휘관이 됐다.

▶지난달 1일 대구 최초의 여성 소방서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이 어떤가.

“1988년 12월10일 소방관이 된 이후 29년 만에 소방서장이 됐다. 지난해 승진해 대구소방안전본부 소방행정과장 근무를 1년간 하고 이번에 대구 북부소방서장으로 발령받았다. 처음 소방관 생활을 하던 곳은 대전이다. 객지로 내려와 소방서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제천 사고에서 많이 이슈가 됐듯이 현장활동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1년간 대구소방의 다양한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에 현장에 나와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갖고 있다. 최근 잇단 대형 참사로 소방공무원이 위축돼 있긴 하지만 우리 조직이 한 템포 더 앞서 나가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 임무수행에 만전을 기하겠다.”

▶여성 소방서장이 갖는 강점은 어떤 것이 있나.

“친화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 취임식에서도 직원에게 소방서장실은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라도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강조했다. 소통은 현장활동의 근간이다. 현장이 빠진 행정은 한계가 있다. 현장 대원과 많은 소통을 하고 이들의 고충을 살피는 섬세함으로 근무해 나갈 것이다.”


여성에게 ‘넘사벽’이었던 소방분야
1988년 대전서 말단 소방사로 첫 발
대구생활 2년…지난달 소방서장 취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등 큰 사고 많아
소방공무원 긴장감 높은 상태서 근무
그간 노하우 현장활동 수준향상 도움”
화재 취약지 수시 방문 예방활동 강화
‘준비된’ 주민·소방관 함께 안전 확보

소방관은 고맙다는 말 많이 듣는 직업
후배들 자부심 갖고 다양한 경험 쌓길



▶소방분야는 여성 진출이 상대적으로 드문 곳이다. 전국에 여성소방서장은 3명뿐이고, 소방서장 계급인 ‘소방정’도 5명뿐이다. 두꺼운 유리천장을 뚫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나.

“‘여성은 이 업무만 해야 돼’라는 생각을 탈피한 것 같다. 어떤 일을 시키더라도 거절하기보다는 ‘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맡은 업무는 전임자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도전해 왔다. 처음 현장에 투입됐던 대전 북부소방서 궁동소방파출소장 시절에도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발령받았지만 못하겠다는 말 대신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직원과 소통하며 일해 왔다.”

▶올해로 대구에 온 지 2년차다. 오랫동안 근무해 온 대전과 다른 점이 있나.

“대구는 대전에 비해 큰 사고를 많이 겪었다. 서문시장 화재,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지하철 참사 등 큰 사고가 많았다. 이 때문인지 대전보다 대구 소방공무원이 긴장감이 높은 상태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큰 사건을 겪으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상당하다. 이런 경험은 화재진압, 구조, 구급 등 현장활동의 수준 향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취임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현장지휘관으로 나와보니 어떤가.

“소방행정과장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업무를 한다. 반면 소방서장은 화재·구조·구급 등 현장상황 발생 때 현장에 나가는 동적인 업무가 대부분이다. 취약지도 다녀야 하고 관련기관 단체장과 협업도 해야 한다. 지금은 대형화재 취약 대상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현장을 다녀보니 제천화재 등으로 국민의 인식이 많이 높아졌고, 화재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 3월까지는 부지런히 다니면서 민간과 소방의 상호협력 부분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하겠다.”

▶북부소방서 관할 구역엔 산단, 전통시장 등 화재 취약지역이 많다.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가.

“관할 구역 내에는 3산단, 검단산단이 있고 칠성동에도 소규모 공장이 많다. 화재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화재 땐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를 도상훈련과 현지 적응훈련 등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또 지역에는 종합유통단지와 칠성·팔달 등 17개 전통시장이 있다. 현재 자율소방대를 구축하고 있다. 소방관의 기동순찰을 비롯해 자율소방대가 스스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최근 칠성동에 고층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층 이상 고층아파트는 사다리차 전개가 힘들다. 때문에 해당 아파트의 소방시설을 어떻게 유지관리하고, 인명대피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 현재 11층 이상 건물에는 스티커식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부착함으로써 주민 의식을 고취시키고 피난 능력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북부소방서에 근무하는 동안 주민과 소방공무원이 소통할 수 있는 소방행정을 펼치고 싶다. 서로 윈윈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소방서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내가 있는 동안 제 역량을 발휘해 멋있는 소방서를 만드는 것이다. 또 이런 것이 기반이 돼 향후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소방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내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하면 국민은 반드시 사랑으로 보답해 준다. 고맙다는 말을 듣기 힘든 게 공무원인데, 소방관은 현장에 가면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는 멋진 직업이다. 자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소방분야 내에는 다양한 업무분야가 있다. 그중에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반드시 있다. 그런 분야에 집중해서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 또 기회가 된다면 업무를 바꿔가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승진을 하고, 관리자가 돼서는 후배에게 자기 경험을 전달해 주면 조직이 선순환된다.”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해달라.

“소방공무원은 1년 365일 24시간 준비하고 있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 투입돼 대응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불이 나면 시민은 신고를 빨리 해주고, 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또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 ‘내 가게는 내가 지킨다’ ‘내 건물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소방관이 된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점을 개선해 준다면 준비돼 있는 지역민과 준비돼 있는 소방관이 힘을 합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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