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바이크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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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9   |  발행일 2019-08-19 제30면   |  수정 2019-08-19
[하프타임] 바이크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바이크를 탄다. ‘바밍아웃’을 한 지는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125㏄로 입문해 400㏄(쿼터급), 1000㏄(리터급)를 거쳐 다시 쿼터급으로 내려왔다. 경력만큼 다양한 장르의 바이크를 접했다. 스포츠 투어러부터 스쿠터, 레이서 레플리카, 현재는 네이키드 기종을 소유하고 있다.

바이크를 몰면 신경쓸 일이 많다. 날씨, 도로상태, 안전장비 등등. 초행길은 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연속된 회전구간의 깊이나 도로포장 상태 등을 알 수 없어서다. 특히 바이크는 고속도로는 물론 고가도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없는 만큼 ‘딴길’로 새지않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최근 내비게이션앱에는 이륜차 전용 모드가 있어 난감한 일을 겪는 경우가 적어졌다. 하지만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다 보면 바이크에 대한 ‘푸대접’에 괜히 심기가 불편해진다.

도로주행시 트럭, 버스와 같은 차로를 이용해야 하는 점도 은근히 부담이다. 바이크는 2차로 이상 도로에서 1차로를 달릴 수 없다. 또 예고없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차량에 간담을 쓸어내리는 일도 다반사다. 이런저런 불편함을 차치하고 바이크를 타는데 가장 걸림돌은 바로 ‘인식’이다. 괜히 나쁜짓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도 ‘위험한 걸 왜 계속 타느냐’ ‘부모님이 걱정 안하시냐’ ‘사고나서 다친 사람 많이봤다’는 등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가장 경제적인 이동수단으로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는 바이크가 유독 한국에선 ‘천덕꾸러기’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다름 아닌 바이크를 타는 이들이 만든 결과물이다. 거리에 나가보면 과속·신호위반은 예사다.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인도를 질주하는 바이크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바이크는 번호판도 없이 도로를 질주한다. 일명 ‘무판’ 오토바이다. 커다란 체인형 자물쇠를 뒷시트에 걸어 번호판을 가리는 것은 애교다. 일부러 번호판을 훼손해 식별이 불가능하게 한 경우도 많다.

헬멧 착용 생활화도 갈 길이 멀다. 사고는 남의 일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헬멧은 답답하고, 머리모양을 망치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에 불과하다.

성숙하지 못한 국내 바이크 문화가 비단 라이더만의 문제일까. 이들의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하는 경찰의 방관도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헬멧을 안 쓰고 번호판이 없는 바이크가 지나가도 개의치 않는 경찰이 태반이다. 법이 있어도 집행을 하지 않으면 ‘사문화’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바이크 문화가 그렇다. 의식수준이 낮다면 강제가 필요하다. 물론 단속 인력이 부족한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업무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변명에는 수긍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 과속·신호위반 등 난폭운전은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더욱이 사고차량이 무판·무보험 바이크라면 피해 보상의 길은 더욱 멀어진다.

‘경찰헌장’에 따르면 경찰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며,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해 모든 국민이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영예로운 책임을 지고 있다. 타는 사람이 먼저 변하지 않는다면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내 바이크 문화는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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