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성난 農心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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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6   |  발행일 2019-10-26 제1면   |  수정 2019-10-26
‘미국 지속적 압박 따른 조치’ 중론
홍남기 “농업피해 당장 크지 않아”
농민단체 “통상·식량주권 버렸다”
전국서 일제히 “철회하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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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를 합동브리핑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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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그간 농업분야에서 누려왔던 관세 및 보조금 등의 개도국 특혜가 없어지면서 농업 분야의 피해가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미래 WTO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3면에 관련기사

홍 부총리는 개도국 지위 포기의 이유로 우리나라의 대외적 위상 강화를 꼽았다. 그러나 정부가 개도국 지위 포기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미국과의 갈등 회피가 국익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와 경제규모나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등 다수 국가가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며 “현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농업 분야의 피해도 당장은 크지 않다는 게 홍 부총리의 주장이다. 그는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해 별도 협상 권한을 확인하고,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부 결정에 농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농민총연맹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공동행동) 측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 모여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개도국)지위 포기방침을 보이는 정부는 농민의 간절함을 짓밟고 있다"며 “개도국 지위 포기로 보조금이 삭감되는 데다 결국 미국의 농산물 추가개방 압력으로 인해 국내 농업 인프라가 심각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단체 회원들은 ‘WTO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외교부 진입을 시도,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북의 농민단체도 일제히 정부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농업경영인·한우·한돈 등 경북지역 농민단체들은 “수입농산물의 관세인하에 따라 무역장벽이 허물어지고 농가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들면 국내 농업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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