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까운 산책로·탁트인 전망…옥상, 숨쉬는 숲이 되다

  • 정우태,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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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6 07:25  |  수정 2019-11-16 09:31  |  발행일 2019-11-16 제3면
도심속 ‘옥상정원’ 쉼터로 인기
20191116
올해 대구 서구청이 조성한 옥상생태공원에서 어린이집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왼쪽) 수성구 범물동 한 가정집 옥상에 꾸며진 정원. <대구 서구청·독자제공>

빨랫줄이 널려 있고, 간혹 고추 등을 말리는 공간으로 인식되던 옥상이 변하고 있다. 있으니 그냥 쓰는 공간처럼 여겨지던 옥상, 특히 대형 건물로 빼곡한 도시의 옥상이 녹지화가 가능한 최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마당’이 되기도 하고, 어르신의 ‘산책로’가 되기도 한다. 또 민원 업무를 보기 위해서만 방문하던 구청 옥상에 ‘생태공원’이 들어서기도 한다.

◆개인 주택에서 누리는 미니 전원생활

지난 13일 찾은 대구 수성구 범물동 한 주택. 외관은 여느 주택과 다름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계단을 따라 옥상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공간이 눈 앞에 펼쳐졌다. 푸른 잔디 밭에 갖가지 식물들이 어우러진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집의 주인인 정명숙씨(57)는 넓은 마당을 둔 전원생활을 희망했지만, 직장이 있는 대구를 떠날 수 없었다. 고민을 하던 중 선택한 곳은 범물동의 작은 주택. 처음 이사를 할 당시 옥상은 창고 수준이었다고 정씨는 전했다.


버려졌던 공간, 녹지화 최적지로 각광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정원이 되고
바깥 구경 힘든 어르신엔 힐링 장소로

대구 서구청 옥상에 조성된 생태공원
봄·가을 꽃 축제 등 문화공간 역할도



옥상정원 가꾸기 사업에 응모하면서 정씨는 오랜 소망이던 전원의 꿈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 첫 응모에 낙방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수 끝에 추가합격(?)에 성공한 셈이다. 2017년 11월 마침내 원하던 정원을 가지게 됐다. 정씨는 “옥상정원이 생기면서 삶의 질이 이전과 완전 달라졌다"며 “남편과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밥도 자주 먹는다. 굳이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전원 생활을 누리는 기분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서로 초대해달라고 부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택의 경우 옥상정원을 가꾸면서 냉·난방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정씨는 “주택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냉·난방비 지출이 컸다. 하지만, 정원이 생기고부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에너지 절감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어르신들에게 자연 휴식 공간을

대구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늘봄요양원은 지난 9월, 대구시 옥상녹화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조해숙 대표는 ‘어르신들 삶의 질이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지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할까’에 대해 고민하다 옥상정원을 떠올렸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바깥에 나가기는 힘들지만, 바깥 공기를 마시게 해드리고 싶은 소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조 대표는 “어르신들이 꽃도 보고 열매도 따드시고, 새도 보면서 설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기쁘다"라며 “어르신들이 햇빛을 쬐며 바깥 색채가 변하는 걸 느끼고, 정원 안에 가져다 놓은 앙증맞은 조형물들을 가리키거나 만지면서 ‘아이고 예쁘네. 이건 뭐야’라고 물을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주말엔 어르신들을 이 옥상정원에 모시고, 환경에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원에는 예쁜 탁자들을 두고, 언제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다.

◆하늘과 가까운 옥상 정원, 서구청 옥상생태공원

2016년 7월 본관 옥상에 조성한 서구청 생태공원은 직원과 구민에게 ‘도심 속 편안한 휴식공간’을 선물하고 있다. 한껏 추워진 날씨지만, 식후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을 느끼거나, 예쁜 길을 따라 산책하면 쌓인 스트레스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다.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 역시 옥상생태공원의 장점이다.

이곳은 다채로운 공연이 이뤄지는 문화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봄, 가을이면 계절에 맞춰 꽃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3회를 맞은 ‘국화 전시회’는 서구를 대표하는 가을맞이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엔 서구 관내 어린이집 40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 꽃밭에서 뛰어놀았다. 구청을 찾은 구민들은 이곳에서 가을정취를 느낀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런치 콘서트’ 역시 업무에 지친 직원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서구청의 한 직원은 “평소 생각해 온 건물 옥상은 창고 등 방치된 장소였다. 하지만 구청에 옥상생태공원이 조성된 이후론 옥상도 이렇게 재탄생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특히 맑은 하늘과 탁 트인 전망을 가까이서 바라볼 때는 정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호응 덕에 대구시는 옥상녹화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성웅경 대구시 녹색환경국장은 “건강한 녹색환경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민간, 공공분야 녹지화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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