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위대 고사작전에 이공대 사실상 함락

  • 입력 2019-11-20 00:00  |  수정 2019-11-20
36시간 전면봉쇄로 사기저하
18일밤 600여명 캠퍼스 떠나
탈출 시도중 400명이상 체포
경찰, 시위대 고사작전에 이공대 사실상 함락
홍콩 경찰이 시위대의 ‘최후 보루’인 홍콩 이공대 시위대 진압 작전을 펼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 경찰은 이공대를 탈출하는 시위대 400여 명을 체포했다. 18일 홍콩이공대 부근에서 경찰에 연행된 시위 참가자들. 연합뉴스

19일 낮 홍콩 훙함 지역의 홍콩이공대 주변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경찰이 홍콩이공대 교정을 따라 길게 쳐놓은 수백m 길이의 주황색 폴리스 라인 주변에는 허리에 방독면과 헬멧을 차고 어깨에는 소총을 멘 폭동 진압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전날 경찰과 이공대 내 시위대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최루탄과 고무탄을 마구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다.

폴리스 라인으로 다가간 기자를 폭동 진압 경찰이 저지하고 나섰다.

이공대 주변에는 전날 ‘전투’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길거리에는 최루탄 껍데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시위대가 깬 보도블록이 한쪽으로 치워져 있었다. 홍콩 시위대는 경찰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보도블록을 깨서 도로 위에 흩뜨려 놓는다.

이공대는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지난주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 중문대를 비롯해 시립대, 침례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 시위대가 철수한 만큼, 이공대는 홍콩 시위대 입장에서 마지막 근거지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둘러본 이공대 모습은 시위대 ‘최후의 보루’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이날 오전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전날 밤 600여 명의 시위대가 이공대 캠퍼스를 떠났다"며 “남아 있는 시위대가 가능한 한 빨리 캠퍼스를 떠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공대 내 시위대의 패배는 예고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 17일 저녁부터 이날 오전까지 36시간 동안 ‘이공대 전면 봉쇄작전’을 펼쳤다. 음향 대포와 물대포까지 쏘며 압박하면서 음식, 옷, 모포 등 생필품의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많은 부상자가 생겼지만, 응급 구조요원이 부족해 이들은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물대포에 흠뻑 맞은 시위대는 저체온증에 시달려야 했고, 추위와 배고픔, 피로에 지친 시위대 내에서 분열이 생겼다. 일부는 ‘결사 항전’을 외쳤지만, ‘일보 후퇴’를 주장하는 시위대도 적지 않았다.

시위대는 18일부터 19일 새벽까지 수차례 이공대를 빠져나가려다가 대부분 실패해 400명 넘게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18세 미만 학생의 경우 당장은 체포하지 않겠지만, 이후 기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무렵 50여 명의 학생이 다시 경찰에 투항하면서 이제 이공대 내에는 50명에서 200명 사이의 시위대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홍콩 시위대 내에서는 향후 진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이공대 내에 소수 시위대만 남아있더라도 결코 항복해서는 안 되며, ‘결사 항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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