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정의당 세상이 되나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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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2   |  발행일 2019-12-02 제31면   |  수정 2019-12-02
[월요칼럼] 정의당 세상이 되나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마비시켜 가며 필리버스터에 들어가고, 황교안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에 들어간 이유는 선거법 개정 때문이다. 범여권이 연합해 선거법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하면 내년 총선 후 이 나라는 보나마나 정의당에 끌려 다니는 신세가 된다. 지금도 6석의 의석을 가진 정의당이 국회 입법권을 좌지우지하는데 차기 총선에서 교섭단체가 될 경우를 상상해 보라.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할 때나 가능한 제도라는 소리가 나온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총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반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제3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는 정의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국무총리는 어느 당에서 나올지 불문가지다.

현재로선 선거법 개정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이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도 막을 방법은 없다. 황 대표의 단식을 ‘영양제 맞고 천막에 둘러싸인 황제단식 쇼’라며 조롱하는 게 지금 범여권 사람들이다.

내년에 우리나라가 반미·친북, 그리고 반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범 보수 유권자 표를 한 곳으로 모으는 정당의 출현이다. 불행하게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범 보수권 결집은 고사하고 국회 원내에서도 대안신당, 변혁신당, 이언주 당, 이정현 당으로 분열되고 있다.

범 보수 출현의 가장 큰 변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지금 문재인정부는 성탄절 특사 때 박 전 대통령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명분은 충분하다.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2017년 3월3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지 벌써 2년8개월이 지났다. 진보언론에선 박 전 대통령 신변문제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병원에 너무 오래 있었으니까 재수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수감된 후 대법원에서 형 확정판결을 하면 성탄절에 맞춰 사면을 하든지, 검찰이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석방이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돼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주변세력을 정리하거나 침묵을 지키면 후폭풍이 없겠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지지자를 만난다면 보수통합은 물 건너가고 총선은 하나마나다. 안 그래도 시중에는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신당을 만든다느니 민주공화당을 확대 재편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 한국당의 텃밭처럼 보이는 대구경북에서도 한국당과 ‘박근혜 당’ ‘단일 여당’이 맞붙는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더라도 한국당 석권은 어림도 없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영입도 보수통합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이와 관련해 명언을 했다. 그는 “통합은 범위를 얼마나 크게 잡느냐가 중요하다. 쉽게 말해 유승민을 넘어 안철수까지 함께하는 통합을 실현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측근이며 호남출신인 권은희 의원이 한국당과의 통합에 흔쾌히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통합이고 혁신이라며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최근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한 말은 안 전 대표의 보수통합 합류에 희망적인 사인을 던졌다고 해석된다. 김 교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황 대표 단식에 대해 수구보수라 칭하면서 무엇을 위한 단식이냐고 비판한 대목에서는 더 이상 야당다운 야당의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안 전 대표와 야당다운 야당의 길에서 다시 만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박근혜와 안철수, 그리고 다양한 신당창당 변수를 보수통합에 플러스 요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솔루션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든 지혜를 모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내 인적쇄신이다. 수도권이나 호남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인물교체 작업이 선행돼야 박근혜든, 안철수든, 신당이든 합류명분이 생긴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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