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의 비구니, 한국 불교 첫 ‘비구니 전집’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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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  발행일 2019-12-10 제2면   |  수정 2019-12-10
청도 운문사 회주 명성스님
20권짜리 ‘법계명성’ 출간
내일 운문사서 축하 봉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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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명성 스님(아래쪽)이 구순을 기념해 펴낸 한국 불교 최초의 비구니 전집 ‘법계명성’. (운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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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의 비구니가 한국불교 최초로 비구니 전집을 펴냈다. 주인공은 청도 운문사 회주(會主·법회를 맡아 처리하는 법사)인 명성 스님. 올해 세랍(승려의 세속 나이) 구순을 기념해 출간한 ‘법계명성 전집’(불광출판사)은 스님의 저술, 연구 논문, 편서와 역서, 법문, 강의, 기고문, 공예 및 서예 작품, 사진집, 그리고 제자들이 전해 받은 가르침과 여러 인연 등 다양한 자료를 묶은 것으로 모두 20권으로 구성됐다. 법계는 스님의 호다.

전집은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총망라하고 있지만 구순 세월이 말해주듯 근현대 불교사와 한국 비구니사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문사 관계자는 “이번 전집 발간은 후학이 모범으로 삼아 따르고 배워야 할 지남(指南·이끌어 가르침)의 자료를 남기려는 데 가장 큰 뜻이 있다.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연구해 계승 발전시키고 한국불교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가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명성 스님은 1930년 상주 태생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다 아버지이자 당대 최고의 강백(講伯·강당에서 경론을 강의하는 스님을 높여 이르는 말)이던 관응 스님의 권유로 1952년 합천 해인사 국일암에서 선행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1970년 운문사 강원(講院·불경이나 그에 대한 논설 따위를 강론하고 학습하는 곳)에 강주(講主·경문의 뜻을 쉽게 풀어 가르치는 법사)로 취임했다.

운문사와 연을 맺은 명성 스님은 당시 고착화해 있던 주입식 교육의 틀을 깨고 논강(論講·경전을 연구하여 토론함)식으로 교육법을 바꾸는 등 승가교육 현장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절집 공부’만으로는 안 된다고 보고 미술·외국어·심리학·철학·유학·다도·꽃꽂이·피아노·서예 등 종합적인 학문을 가르치고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살려 포교에 매진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비구니가 비구니로부터 ‘전강(典講)’을 받는 전통을 세운 명성 스님은 끊어진 비구·비구니 ‘이부승 제도’를 되살려 한국 비구니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16명의 전강 제자를 배출할 정도로 운문승가대학을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교육기관으로 키워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비구니 6천여 명 중 2천100여명이 운문사승가대학 졸업생이다.

한편 운문사는 이번 전집 출간과 관련해 11일 오전 운문사 대웅전에서 명성 스님 구순 축하 및 전집 봉정식을 열 계획이다.

청도=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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