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대표변호사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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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8 07:29  |  수정 2023-11-29 15:09  |  발행일 2019-12-28 제22면
로펌이 장애인 위한 기술공모전…“매출액 5% 무조건 공익에 씁니다”
20191228
서울 서초구 한 회의실에서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원희 대표변호사가 D-Tech(디테크) 공모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장애인을 위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는 대학생 어디 없을까요?”

서울 서초구 한 회의실에서 만난 조원희 변호사(49)는 대뜸 질문 같은 ‘요청’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사 후 팸플릿을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한 그의 목소리에서는 다급함마저 느껴졌다.

"대형로펌서 공익활동 한계 느껴 법인 설립
구직자 ‘매출 5% 사용’ 각서에 도망가기도
운영 어렵지만 공익 지속 추구가 1차 목표
3회째 자체공모전…기업·개인후원도 필요
플라스틱 폐기물 등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


조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공익’을 추구하는 법무법인으로 이름나있는 ‘디라이트(D'Light)’대표다. 팸플릿을 읽어 보니, 그가 인터뷰를 자청한 것 역시 공익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라이트에서 장애인을 위한 기술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D-Tech 기술·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하는데, 최근 응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최근 대구에 스타트업 특강을 하러 갔는데 장애 관련 스타트업을 하는 학생들도 많더라”며 “각 지역에서도 좋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에 (이번 공모전이)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디라이트와 조 변호사의 공익을 위한 독특한 행보는 이미 법조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디라이트는 스타트업 법률지원 국내 인수합병(M&A) 법률 자문 순위에서 11위를 기록하는 등 법조계에서 인정받는 법무법인이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과 같이 디라이트가 다른 법인들과 차별화된 특징은 ‘공익 추구’다. 매출액의 5%를 무조건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물론, ‘공익전담 변호사’를 두고 장애·여성·환경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법인에서 법률이 아닌 기술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소외된 장애인에게는 희망을,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이나 기업가에게는 시장 진출의 활로를 찾아주기 위해 기획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지만 기술 개발은 미진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의 필요에 부응하는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장려하는 공익 활동인 셈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사회통합에도 기여했으면 한다. 벌써 3회째를 맞았는데 점차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공모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달라.”

“먼저 공모전은 Track1, Track2 두가지로 나눠서 진행된다. Track1은 쉽게 말해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개발 및 사업화 계획이 포함된 기획서 형태의 아이디어나 디자인 시안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반면 Track2는 사업화를 목전에 둔 제품이 대상이다. 시제품 또는 완성 단계에 이른 제품을 공모작으로 접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모자격에 제한은 없지만 주로 대학생이나 청년 창업가들이 주 대상이다. 개인이나 팀으로도 지원할 수 있다. 총 상금은 1천700만원 규모이며 Track2의 대상팀에게는 미국과 국내 특허출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최우수상 두 팀에는 국내 특허출원을 지원하고 Track1의 대상 및 우수상 두팀과 Track2의 대상, 최우수상 두팀에게는 온라인 계약 서비스가 지원된다. 특히 이번 공모전에서는 특별상을 신설, 두 Track 모두 ‘장애감수성’을 고려한 작품에게 국회의원상이 주어진다.

공모전 수상 이후에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비즈니스 모델 구축, 기술개발, 브랜딩 및 마케팅, 투자 및 피칭의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며 분야별 전문가 및 선배 창업자들이 멘토로 나선다. 공모전 접수기간은 2020년 1월17일까지이니 많은 지원을 바란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D-Tech 공모전 홈페이지(http://d-techcampaign.com)를 참조해달라.”

▶왜 ‘공익 추구’에 집중하는가.

“디라이트에 앞서 꾸준히 공익 추구에 관심을 뒀다. 대형 로펌인 ‘태평양’에서 16년 동안 근무하면서 ‘공익활동위원회’와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다양한 공익 활동을 했었다. 다만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공익이라는 것이 기업에서는 우선 순위라기보단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취급되지 않나. 이와는 달리 법인 자체가 공익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운영되는 곳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태평양을 나와 2017년 공익적인 가치에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디라이트를 설립했다.”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 다른 소외된 계층도 많은데 왜 장애인인가.

“사법연수원 시절 장애인 차별 금지법과 관련된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모임을 3년 정도 하면서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 운동에 적극 나섰고, 이후 크고 작은 법률 제정 혹은 관련 소송으로 장애인을 도울 기회도 생겼다. 과거 직장에 이어 디라이트에서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도 꾸준히 이어온 장애 분야 지원 활동 중 하나다.”

▶공익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예전에도 변호사들이 사회 참여나 공익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많았지만, 장기간 운영되는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했다. 어느 회사든 돈을 벌고 사무실이 유지가 되어야 하니까, 공익성을 띠면서 돈 버는 것은 힘드니까 유지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1차 목표다.

또 디라이트는 채용 시에 법인의 취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매출 5%를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각서도 쓴다. 그러니까 많이들 도망가시더라.(웃음) 전반적으로 운영이 쉽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타 로펌이라면 매출의 5%가 상여금이나 다른 분야에서 쓰일 것이다. 요즘 로펌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그렇게라도 해야 겨우 살아남을 법한데, 우리는 공익으로 쓰고 있지 않나. 그래도 감사하게 3년 동안 우리 법무법인이 조금씩 성장해왔다. 임직원들에게 참 감사하다.”

▶공모전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나.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사업화까지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이디어가 선정되고 사업화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대학생들의 기술은 한계가 있다. 생각보다 장애인들이 참여도나 관심이 적더라. 왜 그런가 봤더니 이분들은 미래 기술보다는 현재의 지원에 대한 필요가 분명하더라. 즉 특별히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기보다는 당장 필요한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다. 후원도 아쉬운 부분이다. 생각보다는 많은 후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들과 연결하려 했는데 쉽지 않더라. 취지가 흐트러질까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디라이트 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는 많은 후원을 받아 공모전 상금도 키우면 좋지 않을까. 어렵겠지만 공모전에 한해 개인의 후원도 생각해보려 한다. 기업이나 개인 후원의 뜻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달라.”

▶디라이트에서 운영하는 다른 공익 활동도 소개해달라.

“D-Change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제도나 법 개선이 필요한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6개월에서 최대 1년짜리 프로젝트인데 500만원에서 최대 1천만원을 지원한다. 또 변호사도 1명씩 붙여서 실제 제도나 법 개선을 돕는다. 예를 들어 장애인의 참정권 관련된 입법 개선안이 필요하다면 지원 자금을 가지고 연구·조사, 간담회 등으로 실제 법률안을 만드는 것이다. 이외에도 환경 문제에도 대응하려 한다. 녹색연합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해결을 고민하기 위한 업무제휴(MOU)도 맺었다.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및 자원 순환 영역 활동 전반의 정책, 제도적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글·사진=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조원희 변호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졸업(1994)△제30기 사법연수원 수료(2000)△미국 텍사스대 로스쿨 졸업(LL.M., 2007)△한국과학기술원 (KAIST) 지식재산대학원 겸임교수(2013∼현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2001∼2017)△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 대표변호사(2017∼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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