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크론병 치료 '시작이 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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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4 07:39  |  수정 2020-01-14 07:43  |  발행일 2020-01-14 제19면
장 내 비정상적 염증 호전과 재발 반복
완치 어렵지만 꾸준한 치료땐 일상 가능
최근 생물학제제 늘어 유리한 환경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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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선생님 말씀을 듣고 치료를 시작할 걸 후회됩니다. 신세계를 만난 것 같습니다."

최근 생물학제제 치료를 시작한 크론병 환자가 근황을 전해왔다. 이 환자는 중년의 나이에 크론병을 진단받고 10년째 필자의 진료실에서 마주하고 있다. 중증의 증상이 있음에도 두려움에 생물학제제 치료를 미뤄왔던 환자다. 기나긴 설득 끝에 치료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효과가 좋아 환자도 필자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크론병은 장 내 비정상적인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증상은 염증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복통과 잦은 설사, 혈변이 대표적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장의 흡수능력이 저하돼 영양결핍과 급격한 체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 후 빠르고 올바른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크론병은 치료 목표를 증상의 조절과 더불어 장점막의 호전, 나아가 합병증 예방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한다. 그렇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관해'라고 불리는 증상이 조절되어 불편함이 없어지는 상태가 되면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했다가 더 악화되어 진료실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자의적인 치료 중단은 재발과 빈혈, 장 천공, 장 폐색 등 합병증 유발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크론병은 환자의 증상은 물론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개인의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꾸준한 치료만큼 중요한 것은 진단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통해 염증 수치를 낮추는 것이다. 크론병의 치료는 발병 초기에는 염증을 잡기 위해 항염증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치료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제제를 사용한다. 이 중 생물학제제는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효과적 치료가 가능하다. 게다가 진단 초기 빠르게 사용하면 할수록 더 높은 치료 효과 및 지속을 보이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어 환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치료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과거에는 크론병 치료를 위해 생물학제제를 빠르게 사용하고 싶어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혹시 치료 효과가 없다면 더 이상 사용 가능한 약제가 없을까 우려되어 망설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기전의 생물학제제가 크론병 치료에도 사용 가능하게 되어 치료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크론병과 같은 면역질환 중 하나인 건선 영역에서 치료 효과와 더불어 장기 효과 및 안전성도 확인되어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전히 크론병은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완치도 어렵고 여러모로 환자를 지치게 할 수 있는 질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함께 하는 의사를 믿고 치료를 시작하고 꾸준히 지속한다면 안정적인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진료실을 찾는 모든 환자에게 '완치'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날이 오길 희망하며, 병원 방문이 치료가 아닌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여기고 나약한 마음을 잠시 접어 두길 바란다고 독려하고 싶다.

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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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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