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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주<화가> |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작업실은 집 2층 창고였다. 아버지 일터를 통과해 갈 수 있는 작은 창고였는데 아버지께서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한잔하고 돌아오시면 나의 작업실을 빼꼼히 열어보셨다. 반가운 듯 아닌 듯 씁쓸히 돌아 들어가셨다. 하루는 술을 거나하게 드시고 나를 부르셨다. 늦은 나이까지 혼자 그림 그리는 딸이 걱정됐던지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셨던 모양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외롭고, 먹고 살기 힘들다던데…. 그래도 할거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래도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이후로 아버지는 내게 다시는 그림 그릴 거냐고 묻지 않으셨다. 그리고 나는 몇몇 군데의 작업실을 거쳐 다시 집 2층. 이제는 당당히 입구가 따로 있는 작업실을 사용하게 되었다.
예술가의 작업실은 궁극적으로 자유의 공간이자, 자기 규율이 체화된 장소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지독한 노동을 통해 한 작가의 작업이 탄생하는 공간이 다름 아닌 작업실이다. 처한 환경에 따라 화가의 상상도, 다루는 재료도, 작품의 크기도, 현실에 반응하는 자세도 달라진다. 공간은 작품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작업실에서의 시간은 고독하다. 때로는 음악이, 때로는 대가의 작품집이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업은 몸에 밴 습관과도 같아서 풀리지 않던 작업들이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예열된 팬에서 비로소 음식이 되어 나오듯 속도가 난다.
작업은 오늘을 내일로 이어준다. 어제 해둔 작업이 궁금해 아침 일찍 일어나 작업이 밤새 어떻게 완성되어 가고 있나부터 확인한다. 특히 환경에 민감한 내 작업은 더욱 애달프다.
또한 한 작업은 다른 작업으로 나를 유도한다. 작업실 한 구석에 쌓아둔 실패의 흔적들은 나의 시선을 계속 머무르게 하여 또 다른 상상력을 던져준다. 새로움이란 실패를 통해 얻어지는 선물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 평소 존경하는 원로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노작가는 늘 그 자리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앉아 열중하고 계신다. 그곳에는 한 작가의 삶과 고뇌, 인내와 피땀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선생님은 "나는 아직도 작가라는 말이 부담스러워요"라고 수줍게 말씀하셨다.윤종주<화가>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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