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해야 할 일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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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4 07:57  |  수정 2020-02-04 07:59  |  발행일 2020-02-04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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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플레이스트 대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전염성이 강하며 감염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이 질병은, 어느덧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 모두들 새로운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다양해진 매체 수만큼이나 동일한 뉴스를 반복해서 접하고 있다. 감염자가 늘었다더라, 감염자의 이동 경로가 어떻다더라, 어느 지역을 폐쇄했다더라, 몇 명이 감염되고 또 죽었다더라 등 온통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가운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믿는다. 소명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계 종사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을 말이다. 물론 구성원 전체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전염병과 싸우고 있는 그들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더뎌지는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에 비해, 우리네 일상에 스며드는 공포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대중의 공포로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 서로의 아픔을 나누기보다는 이를 기회 삼아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 너도나도 카더라 전문가가 되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 같다. 이쯤 되면,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는 게 정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인지, 막연한 공포심인지 모를 지경이다.

인간이란 본디 취약하고 나약하다. 그로 인해 불안에 떤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 의료적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막연함에 더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나와 타인을 분리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발병 진원지의 사람과 책임자들을 원망하고 증오하는 등 '우리'라는 울타리를 파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근데 과연 우리는, 개개인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30초 이상 손을 깨끗하게 자주 씻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소한 증상이라도 발견 시 보건소나 1339에 신고 후 관계 당국의 지시에 따르는 것. 온 나라가 떠들썩한 소동 중에 '가까스로' 찾아낸 행동지침이다. 안타깝다. 이런 정보가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별로 어렵지도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쉬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막연한 공포만 확산하고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개개인 모두가 다시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히 하면서 비난과 혐오, 이기적인 언행을 자제하고, 지혜롭게 이 난국을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세상을 바꾸고 정화하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방법은,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닌가?
전호성〈플레이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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