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정답은 없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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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1 07:55  |  수정 2020-02-11 08:02  |  발행일 2020-02-11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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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플레이스트 대표〉

2월 졸업 시즌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종종 졸업식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듯이, 그들은 어김없이 학교를 떠난다. 오늘은 그들에게 한마디.

우연찮게도 학생들을 만날 일이 많았다. 직업체험, 진로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을 만날 때마다 종종 그들의 질문에 난처하곤 했다. 나의 난처함은 질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명확한 정답을 알려주길 원하는 그들의 질문 태도에 있었다.

"어느 대학 어느 과에 가야 해요"를 시작해서 무언가 정해진 답을 바라고, 그에 맞춰 살아가려는 그들의 태도에 적잖이 곤혹스러웠던 순간이 많았다. 이들은 왜 그렇게 '정답'을 바랄까,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걸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에 앞서 어린이집과 유치원까지. 우린 너무도 오랜 시간을 '정답 맞히기' 훈련을 받으며 살아왔다. 사실 모든 교육과정을 지나 사회에 나와 보면, 그렇게 단 몇 해만 살아 보면, 딱히 '정답'이란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또한 '살아가는 데 정답이란 없다'는 말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옳은 답을 고르시오' '틀린 답을 고르시오' 같은 질문은,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아무도 묻지 않으니 말이다.

머잖아 그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삶의 태도가 결국 그들을 갇히게 할 것이며, 한계를 만들 것이며, 더 나아가 실망하고 또 좌절하게 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나는 최대한 그런 '정답'에서 비껴난 이야기들을 해 주곤 했다. 아울러 나의 삶 또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매 순간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하며 삶을 채워 나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줄곧 '정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다른 생각'을 틀린 답이라 여겨 외면해 버리고, 있지도 않은 정답을 갈구하느라 무수한 가능성을 배제해 버리는 사람들.

정답은 없다. 다만 바람직한 답은 있겠지.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정답 찾기'에서 해방되는 많은 청춘이 이제는 '정답'보다는 '바람직한 답'을 찾고 노력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개념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제 그것마저도 본인 스스로에게 묻고 되새기며 배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답안지도 없는 그들의 삶을, 스스로의 답으로 채워나가길 기도한다. 그 답이 가능한 한 '바람직'했으면 하는 마음도 더해본다.
전호성〈플레이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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