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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
지난 연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점점 더 확실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깊은 취지에 관해서 정치인들은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지나간 석 달 정치권은 어떻게든 이 제도를 비틀어서 그 약점을 극대화할 것인가에만 골몰해왔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나서서 몇몇 대안을 내놓았지만, 그 또한 정치권과 연결되면서 왜곡되는 기색이 짙다.
후보자 등록이 코앞이니, 유권자들은 이제 차선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을 통해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고 각자 그나마 더 나은 선택을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미래는 여전히 문제이다.
연동형 선거제도의 본질은 각 정당이 정당 투표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지를 의석수와 연동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 정당 지지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지는 양대 정당은 동의가 쉽지 않다. 연동률을 50%로 낮추어 준연동형으로 만들고, 비례대표의석을 계획보다 축소하고, 그중에도 30석에만 캡을 씌우는 각종 변칙은 양대 정당의 양보를 받기 위한 거래 조건인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마치 양대 정당의 선심 쓰기인 듯 오해된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정확히 이 지점에 와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정치에서 선거제도의 본질을 환기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유형의 선거제도가 존재하더라도, 그 본질은 단 하나, 즉 유권자의 지지를 의석수로 바꾸는 방식일 뿐이다. 거꾸로 의석수부터 계산한 뒤, 그로부터 필요한 유권자의 지지를 추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권에서나 통용되는 정치 공학일 따름이다.
지난 석 달 양대 정당의 주변에서 유행했던 각종 시뮬레이션은 공히 과거의 선거제도에서 나타났던 유권자의 지지를 새로운 선거제도에도 적용했다. 흥미롭게도 새롭게 시도되는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 유권자의 지지 그 자체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는 각종 시뮬레이션이 결국 양대 정당의 선심 쓰기(또는 쓰지 않기)에 대한 계산 맞추기에 불과함을 드러낸다. 시뮬레이션을 추동하는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양대 정당의 두려움이다.
그러면 어렵사리 시작된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시뮬레이션을 거듭한 뒤 양대 정당은 결국 비슷하게 기괴한 모습이 되었다. 자당의 비례대표 후보 등록은 포기했고,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한 비례대표 전문정당을 만들었으며, 그 바깥에 정치적 지향점은 비슷하나 통제가 잘되지 않는 정당들도 생겨났다.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이처럼 양대 정당을 기괴한 모습으로 분열시키는 단계까지는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까지가 양대 정당이 과거의 선거제도에서 확보했던 유권자의 지지를 묶어 둘 수 있는 최대한이라는 점이다. 과연 양대 정당이 예측하고 준비한 대로 유권자의 지지가 그들 사이에 묶여 있을지, 아니면 그 바깥으로 이탈하게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4월15일 총선에서 유권자의 지지가 변화하는 바에 따라 선거제도의 재편 가능성이 좌우될 것은 명백하다. 유권자의 지지가 양대 정당과 그 자매 또는 위성 정당들에 머문다면,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제21대 국회의 구성에만 적용되는 해프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지지가 그 바깥으로 이탈한다면,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연동형의 방향으로 진화할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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