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지역주의 정치의 새로운 전망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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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20-04-22  |  발행일 2020-04-22 제면
안정적인 직장 가진 중산층

수도권 정치 주류로 떠올라

이들의 지지로 與 총선 압승

하지만 TK는 보수당이 석권

향후 정치 위상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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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대한민국 정치에는 4·15 국회의원 선거의 충격이 아직도 역력하다. 이 가운데 4·15 총선의 정치적 의미에 관한 분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 지역주의 정치의 부활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이 문제에 관해서는 두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싹쓸이, 그리고 미래통합당의 TK 및 부울경 석권을 두고 지역주의 정치의 재현을 염려하는 주장이다. 이는 제3당의 몰락을 염려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려는 물밑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주장이다. 특히 부울경 지역에서 석패한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주된 근거가 된다. 이 두 주장은 각기 나름의 근거를 가지는 까닭에 선택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양자를 포괄하는 더욱 합리적인 설명을 찾아보는 것이 낫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할 것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수도권의 정치적 변화 및 그것에 연동된 지역주의 정치의 변화다.

이번에 보수 야당은 수도권 전체에서 겨우 16석을 확보했다. 이는 과거 지역주의 정치가 절정이던 시절, 대략 전체의 35% 내외를 차지하던 것에 비해 몰락에 가까운 결과다. 이제 보수 야당은 수도권에서 서울의 강남 3구 및 그 주변을 아우르는 소(小)지역주의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온 원인은 무엇일까?

인구 구성, 소득 분포, 문화적 취향 등에 관해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직감적으로는 앞서 말한 소(小)지역주의에 비판적인 중산층이 수도권의 새로운 정치적 주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종부세를 내지 않는 가격 수준의 아파트에서 살면서, 비교적 안정된 직장에 전철로 출퇴근하고, 얼마 간의 저축과 감당할 수 있는 대출금을 가진 채로, 해마다 바뀌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편의성에 꾸준히 적응하면서도, 은퇴하면 누구처럼 제주도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간직한, 평범한 얼굴의 시민 말이다. 이제 수도권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 새로운 정치적 주류의 지지를 얻어야 승리할 수 있음이 명백해졌다.

이렇게 보면 충청권, 강원권, 그리고 제주권의 정치적 변화도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 통근급행열차건, KTX건, 비행기건, 대략 서울에서 편도 1시간 내외의 지역들은 거의 예외없이 수도권의 새로운 정치적 주류와 같은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권의 대전·세종·청주권이나 강원권의 춘천·원주, 그리고 제주권 전체가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모습은 수도권의 새로운 정치적 주류가 이들 지역에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영·호남의 정치적 선택이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은 문재인정부를 돕기 위해 집권 여당을 지지했고, 영남은 그 반대의 명분을 내세워 보수 야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를 수도권의 새로운 정치적 주류와 연결하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한마디로 호남은 수도권의 새로운 정치적 주류와 스스로를 연결시켰고, 영남은 그 연결을 스스로 차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부울경 지역은 집권 여당의 몇 석의 존재와 물밑의 지지율 상승으로 그나마 연결고리가 남아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TK 지역은 심지어 김부겸 의원마저 낙선시킴으로써 모든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린 형국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치에서 TK 지역의 정치적 위상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총선에서 TK 지역을 대표해 당선된 정치인들에게 제기되는 질문의 무게가 너무도 무거워 보인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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