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첫 도입 손진호 칠곡경북대병원장

  •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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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9 08:10  |  수정 2021-06-27 14:27  |  발행일 2020-05-09 제22면
"폭발적 검사수요 감당할 방법 찾다가 탄생한 게 드라이브 스루 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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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병원 안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만들어 주목받은 칠곡경북대병원 손진호 원장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통해 진단검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조기 진단을 통한 빠른 격리와 치료로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도움을 줬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한때 하루 1천명에 육박했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10명 안팎을 유지하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어느 나라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코로나를 대처한 한국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선별진료소 등은 코로나 진단검사의 획기적인 사례로 꼽힌다. 칠곡경북대병원이 지난 2월23일 국내에서 처음 운영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코로나의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를 최대한 빨리 발견해 격리, 치료함으로써 지역사회로의 확산에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앞다퉈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칠곡경북대병원 손진호 원장(60)의 제안으로 설치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덕분에 신속한 검진은 물론 의료진과 환자의 교차감염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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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경북대병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앞에 선 손진호 원장. 이지용기자

드라이브 스루 검진의 시작
이미 학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
축구장 대신 병원 활용법 찾아내
하루 10명도 못받던 코로나 검사
최대 160명까지 획기적으로 늘려

생활치료센터도 최초 제안
대구 확진자 폭증으로 병상부족
경증-중증 분리치료 市에 건의
주민 감염우려 반대, 안타까웠죠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 당위성
예방책 없는 감염병 신속대처뿐
대구 他지역 모르는 노하우 갖춰
전문병원 운영 중요한 자산될 것

▶처음에는 다른 병원들처럼 천막형 선별진료소를 운영한 것으로 안다.

"지난 1월20일 수도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사용하던 천막형 선별진료소를 병원에 설치했다. 그 당시만 해도 대구에는 확진자가 없었기 때문에 하루 서너 명의 의심환자들이 진단검사를 받으러 왔다. 한 사람에 1시간여의 검진시간이 소요됐다. 7~8명 검사하면 하루 해가 졌다. 검진방식을 바꾸어야 했다. 특히 2월18일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검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그즈음 같은 병원에 있는 감염내과 권기태 교수가 감염내과학회에 올라온 자료를 건네줬다."

▶그 자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인가.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과장이 낸 드라이브스루 검사 아이디어였다. 축구장처럼 넓은 공간에 운동장 트랙을 따라서 접수실, 문진 및 검체채취실, 안내실 등 5개 시설을 설치해 차가 트랙을 지나가면서 진단받는 형태였다. 좋은 아이디어였으나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축구장 등을 빌리는데 행정절차가 필요하고 인근 주민의 민원 제기도 예상됐다. 전기시설, 인터넷 장치 설치 등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했다. 병원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칠곡경북대병원 상황에 맞는 선별진료소를 만들었다는 것인가.

"병원이 축구장보다는 공간이 좁아서 학회 자료에서 제시한 5개 시설을 2개로 줄였다. 1개 시설에서는 전화로 피검사자로부터 검진 접수를 하고 문진, 수납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검체채취 시간을 예약하고 그 시간에 맞춰 다른 1개 시설에 차를 타고 와서 검체채취를 하면 된다. 검체채취는 2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피검사자와 의료진의 접촉 시간을 확 줄여준다. 이를 통해 피검사자와 의료진 접촉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교차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 칠곡경북대병원이 대구지역 종합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원내 직원 감염이 없었던 것도 이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피검사자도 다른 과정은 전화로 하고 검체 채취만 선별진료소에서 하므로 검사 대기시간이 많이 줄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호응을 얻으면서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등으로도 진화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와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모두 장점은 같다. 워킹스루는 피검사자가 차가 아닌 직접 걸어가서 검체 채취를 하는 것이다. 두 방식 모두 의료진이 피검사자의 검체를 밀폐된 공간이 아닌 야외에서 채취하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현저히 줄어든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덕분에 진단검사가 획기적으로 늘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처음 운영한 날에는 30여 명을 검사했다. 며칠 지나지 않자 1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온종일 10명도 못하던 검사를 이렇게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 획기적이었다. 계속 수정, 보완을 거치면서 일일 최대 160명까지 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운영 후 6일 현재까지 누적검사 건수가 4천여 건에 이른다."

▶대구시에 생활치료센터 건립도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증하자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2월 말 경증 환자 관리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건립을 대구시에 건의했다. 대구시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여 경증과 중증 환자를 나눠서 치료할 수 있었다. 곧 생활치료센터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생활치료센터 건립과정에서 주민반대에 부딪혀 센터 건립에 애를 먹은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구시민, 나아가 전 국민의 의식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는 시점에는 과도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의료진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특히 생활치료센터 건립과정에서 주민 감염 우려로 건립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타까웠다. 의료진이 감염 가능성 등을 파악해서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이를 믿고 따라줘야 한다. 감염병 등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가 선행돼야 한다. 혹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이웃,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배려, 양보의 미덕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한국에서는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앞으로의 사태 추이를 전망한다면.

"신규 확진자 수가 급감해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산발적으로 집단감염 등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진정세이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직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 이것이 불씨가 돼 한국에서 재확산할 위험은 여전히 있다.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정부에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피해가 심각한 대구시가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신종 감염병 환자에 대한 진단·치료·검사, 권역 내 공공·민간 감염병 관리기관의 감염병 대응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병원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을 대구시는 물론 시민들도 잘 알게 됐다. 감염병은 예방책이 없다. 감염병이 시작됐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대구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다른 지역에서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과 관련한 많은 노하우를 갖게 됐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등을 처음 만들어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도 풍부하다. 이런 경험이 감염병 전문병원 운영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칠곡경북대병원이 감염병 전문병원이 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현재 650개 병상이 있으며 증축을 통해 조만간 700개 병상을 더 확보해 1천300여 개의 병상을 갖추게 된다. 병상 수로는 한강 이남에서 제일 많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암 환자가 60%가 넘는다. 중증환자가 많이 온다는 방증이다. 지리적 강점도 있다. 병원이 대구시에 있지만, 대구와 경북의 경계지역에 위치해 경북 지역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중에 인구밀도가 가장 적은 지역에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감염병의 특성상 인구밀도가 적은 지역에 병원이 있는 것이 좋다."

▶병원이 대구에 있지만, 경북지역 환자들도 많이 온다고 했는데.

"지난 1월 칠곡경북대병원의 주소지가 대구임에도 불구하고 경북도공공의료책임병원으로 지정됐다. 경북에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다양한 질환에서 중증환자 사망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경북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짐으로써 국립병원의 의무를 성실히 해나갈 것이다."

김수영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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