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에 구축된 비중국 최초 LFP 양산공장인 엘앤에프플러스 전경. <엘앤에프 제공>
전기차 캐즘(Chasm) 우려 속에서도 2차전지는 미래 핵심산업이다. 영남일보는 원료(소재)부터 배터리 제조, 전기차 탑재,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전 생애주기(Life-cycle)'가 대구·경북(TK) 내에서 완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조명한다. 공급망 내재화, 초격차 공정 기술, 순환경제 등 각 단계별 핵심 테마를 취재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지역 기업들의 역량을 전달한다.
◆ 2차전지 소재 어떻게 만들어지나
지난달 30일 대구 국가산업단지 엘앤에프플러스 공장. 중국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극재 시장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구축한 대량 양산 라인이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었다. 현재는 고객사 주문에 맞게 샘플을 제작하는 단계다. 중앙통제실(CCR) 모니터에는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200m에 달하는 전체 공정이 실시간 표시됐다. 진혁재 엘앤에프플러스 공정운영파트장은 "과거 각 공정에서 개별 조작하던 방식을 탈피해 2명의 관리자가 전 공정을 통제한다"며 "최대 2주치 물량인 2천 팔레트를 보관하는 창고 역시 원료 하역부터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BEV용 리튬배터리 셀코스트 분석. <SNE리서치 제공>
양극재 생산은 혼합, 습식 밀링, 건조, 소성, 분쇄, 포장 단계를 거친다. 원료가 투입되면 수직형 비즈밀(Bead Mill) 설비가 입자를 분쇄한다. 수평형 설비 2대로 조분쇄와 미분쇄를 나눠 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원심력을 활용한 수직형 설비 1대로 두 공정을 동시에 처리해 효율을 높였다. 분쇄된 원료는 지름 10m, 높이 25m 크기의 스프레이 드라이어(건조기)로 이동한다. 250~300도 온도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LNG 가스를 열원으로 사용하며, 배출되는 폐열을 열교환기로 회수해 다시 공정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다.
핵심 공정은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열처리 단계인 소성(Calcination)이다. 소성을 통해 형성된 결정 구조가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며, 각 기업이 확보한 소성 제어 기술력이 수율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평가받는다. 건조 분말은 흑연 재질의 용기(도가니)에 담겨 80m 길이의 롤러 하스 킬른(RHK) 소성로를 통과한다. LFP는 산화를 막기 위해 흑연 용기와 비활성 기체인 질소를 사용한다. 엘앤에프는 공장 후면에 자체 질소 발생기를 설치해 원가를 낮췄다.
국내 환경 규제에 맞춘 설비도 가동 중이다. 소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과 타르를 처리하기 위해 축열연소산화설비(RTO)를 도입했다. 불순물을 완전히 연소시켜 배출하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다시 회수해 공정 열원으로 사용한다. 소성로를 통과한 제품은 지붕 형태의 쿨러(냉각대) 구간 20m를 거쳐 상온으로 냉각된다. 이후 제트밀을 통해 분쇄되고, 블렌더에서 일정 단위로 혼합되어 제품의 균일성을 확보한다. 마지막 포장 공정은 체거름(시브)과 탈철(금속 이물 제거)을 거치며, 제품의 수분 흡수를 막기 위해 구역 내 온도는 25도 이하, 상대습도 10% 미만을 상시 유지한다. 엘앤에프플러스는 시운전을 통해 주요 고객사에 시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글로벌 공급망 탈중국화 요구에 대응하는 핵심 거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달서구 엘엔에프 본사에서 장성균 CPO가 자사의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만의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비중국 LFP시장 선점 엘앤에프…"비중국 제품 경쟁력, 기술 초격차로 승부"
다만 시장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증권가와 배터리 업계는 '수익성 확보'를 과제로 꼽는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대비 20~30% 저렴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업계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BEV용 삼원계 NCx 각형 셀은 $99.8/kWh, 삼원계 NCx 파우치 셀은 $93.2/kWh 수준으로 중국산보다 20~30% 비싸다. 후발 주자인 엘앤에프가 가격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장성균 최고생산책임자(CPO)는 기술 초격차로 승부수를 던졌다고 설명한다. 장 CPO는 "중국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엘앤에프는 초기부터 2.5g/cc 고밀도 제품을 구현했고, 현재는 2.6∼2.7g/cc급 LFP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산 단점이었던 낮은 에너지 밀도를 NCM 공정 노하우로 극복해, 품질로 프리미엄 LFP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양극재 업계 구도도 재편되는 모양새다. 경쟁사들이 포항 영일만 산단을 중심으로 하이니켈 NCM 양극재의 증설과 전구체 내재화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이, 엘앤에프는 대구 국가산단을 거점으로 '비중국권 최초 LFP 양산'이라는 틈새 시장을 택했다. 가동 중인 2개 라인은 연간 3만 톤 규모이며, 내년 상반기 4개 라인 총 6만 톤 체제로 캐파(CAPA)를 늘린다. 향후 공장 내 여유 부지를 활용해 최대 10만~12만 톤까지 증설이 가능하도록 기반 시설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글로벌 고객사의 탈중국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도 엘앤에프에 기회다. 장 CPO는 "AI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라 장수명과 안전성을 확보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 수요가 늘고 있다"며 "LFP 전구체 소재 역시 비중국계 해외 3개사 및 국내 2개사와 협력해 공급망 내재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경제와 연계성도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엘앤에프는 대구 국가산단 내 NCM 1~3공장을 건립하며 350명이던 근로자를 4년 만에 2천 명 이상으로 늘렸다. 이번 LFP 공장 가동에 따라 400~500명의 인력이 추가로 고용돼 대구에서만 2천500 명 이상의 고용 흐름을 만들어내게 된다. 장 CPO는 "사업장 내 20년 이상 근속한 인재들의 기술 로열티가 공정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특히 9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양산 공장 준공은 지역 내 엔지니어링, 설비, 건축 협력사의 네트워크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대구-포항 2차전지 클러스터 시너지 잠재력
대구와 포항을 잇는 '경북권 2차전지 밸류체인'의 시너지도 주목할 포인트다. 정부의 대구경북 2차전지 클러스터 정책은 포항의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대구의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를 연계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포항 영일만 산단이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및 전구체 생산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면, 대구는 엘앤에프를 필두로 한 LFP 양극재와 국가산단 2차전지 순환클러스터 구축 등 2차전지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사용 후 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규정하는 통합 법안 제정과 전주기 이력을 관리하는 한국형 배터리 여권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두 지역의 특화된 인프라가 결합할 경우, 원료 정제부터 NCM·LFP 투트랙 양극재 생산, 폐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링)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광역 배터리 클러스터'가 완성될 것으로 분석한다.
정우철 포항공과대학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지역 2차전지 클러스터는 긍정적 비전을 갖고 있다"며 "지역 내 탄탄하게 뿌리내린 제조업 기반에 2차전지 순환 체계가 접목한다면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규제가 신규 배터리 제조 시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대구·경북에서도 재활용 인프라와 대구 소재 생산 라인을 연계하는 폐쇄 루프(Closed-Loop) 모델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엘앤에프 역시 자체적 순환경제 체계를 접목해, 특정 국가에 집중된 원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원자재부터 재활용까지 지역에서 완결되는 배터리 전 생애주기 생태계 구축의 첫 단추를 꿰고 있다.
장성균 CPO는 "AI 확산과 함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2차전지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대체 에너지 차원,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2차전지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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