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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효원<현대무용가> |
"다음에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작업을 지속할 것인가."
이것은 늘 나를 따라다니는 화두이자 동시대 예술가들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까이에서, 그리고 멀리에서 무용을 그만두는 이들을 많이 봐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살기 위해서'. 더는 작업을 지속할 수 없기에. 살기 위해서 작업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또 살기 위해서 그만두는 이들도 있다니.
여성 작가들에게 이 문제는 더욱더 가까이 다가온다. 결혼과 출산에 의한 경력단절에 한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언젠가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해왔던 일들을 할 수 없어질 때, 어느 순간 그것들이 아무 쓸모가 없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이런 고민 중에 알게 된 인상적인 영화를 한 편 소개하고자 한다.
김도영 감독의 단편영화인 '자유연기'라는 작품이다. 배우로 활동했던 주인공은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독박 육아를 하고 있고, 어느 날 유명 영화감독의 오디션 제의를 받게 된다. 건조하게 보내던 일상에 찾아든 기회에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친정아버지에게 아이를 맡기고 기대에 부푼 모습으로 오디션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역할은 단역이고, 오디션 담당자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오디션의 마지막 자유연기. 연극 '갈매기'의 대사인데 영화 속 처한 그의 상황과 맞아떨어져 내뱉는 대사와 연기가 인상에 남는다.
"계속 걸으면서 생각했어요. 그리고 내 마음과 영혼이 점점 더 강해져 가고 있는 걸 느꼈어요. 이제 알 것 같아요. 작가든 배우든 간에 우리 일에는 내가 꿈꾸었던 어떤 것들도, 명예나 성공도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어떻게 견디느냐, 어떻게 자기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믿음을 갖고 버티느냐를 알아야 해요."
강한 울림을 주는 그의 독백은 내가 예술가라서, 여성 작가여서도 아니고 지금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나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믿음을 갖고 버티는 것. 다른 어떤 물리적 상황이나 방법을 찾는 것보다도 '믿음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권효원<현대무용가>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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