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김광석 길을 지나며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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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5  |  수정 2020-05-15 07:52  |  발행일 2020-05-15 제16면

김미향1
김미향<샘갤러리 대표>

대백프라자 아래 신천둔치에서 지하통로를 지나 올라가면, 김광석을 기념하기 위한 대형 기타 조형물이 보인다. 그 옆 골목으로 내려가면 김광석 길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2년 초. 오랜 기간 이 거리의 변화를 지켜본 셈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2009년 문전성시 프로젝트 입주 작가들이 떠난 흔적과 빈 점포들이 많아 밤이 되면 지나다니기 꺼려졌다. 지금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밝아졌다. 이 거리의 변화에 대해 어떤 사람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옛날이 좋았다는 말들을 한다.

당시엔 볕이 좋을 때는 문을 열어놓고 마루에 걸터앉아 있기도 하고, 골목 어귀에 앉아 있거나 지팡이 짚고 이웃에 놀러가는 할머니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시장은 낙후되었지만 오래된 쌀집, 떡가게, 생선가게, 채소가게, 방앗간이 예전 모습 그대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작가, 상인, 일반인이 함께하는 행사와 공간 특성을 살린 전시가 이어졌고, 새롭게 들어온 예술가들이 어딘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상주하던 작가들이 떠난 빈 점포와 거리 곳곳에 그들이 남긴 설치물을 미술의 양식으로 분류하면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전위 미술 운동인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가난한 미술)쯤 될 것이다. 골목과 사람, 낡은 건물이라는 일상적인 오브제 위에 작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져 '시공간'을 담아내는 하나의 대형 작품이 된 것이다. 텅 빈 벽화거리에 가끔 버스커들이 노래하고 있으면 멈춰서 따라 부르기도 하고, 악기를 들고 와 신나게 두드리면 길 가다가 박자에 맞춰 리듬을 타게 된다.

그때가 좋았다는 건 골목길과 시장에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대형 아르테 포베라 작품 속을 누비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골목 어귀에서 버스커들과 함께하며 일탈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아쉬움을 말하는 그들은 다시 이 거리를 찾아와 벽화 길에서는 먹거리·카페·소품숍을, 벽화길과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곳곳에서는 갤러리·문화공간을 체험한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담론은 진부한 공론이었다. '공간'은 사회를 담는 그릇이니 이 거리 또한 우리 사회 한 모습의 반영일 뿐이다. 타 공간과 차이가 있다면 작은 공간 어딘가에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미향<샘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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