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봉산문화거리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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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9 07:51  |  수정 2020-05-29 07:53  |  발행일 2020-05-29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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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향<샘갤러리 대표>

봉산문화거리는 대구 도심에 위치해 있는 630m 일직선 길이다. 봉산문화회관이 있고 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크고 작은 갤러리, 오래된 가게와 새로운 트렌드의 가게가 빽빽하게 이어져 있다.

봉산문화거리는 순종 때 정오에 포를 쏘아 시간을 알리던 곳으로 오포산이라 이름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봉산정·봉산동으로 불렸다. 동성로보다 비교적 집값이 싸 작가의 작업 공간이 많았고, 1980년대부터 화랑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미술행사가 이어지면서 1991년 문화거리로 지정되었다. 그 후 화랑이 모여 결성된 봉산미술협회 주최로 93년부터 매년 10월에는 봉산미술제, 2000년부터 4월에는 도자기축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

차 없이 걸어서 이 거리를 지날 때가 있다. 동성로에 볼일이 있을 때다. 김광석길에서 봉리단 길을 지나 봉산문화길 남쪽 입구로 들어서면 630m 전체 길을 걷게 된다. 특별히 관심 있는 전시가 있거나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도 가끔 방문하게 된다. 사전정보 없이 방문해도 봉산문화회관에서 전시회가 있든지 15개의 갤러리 중 어느 한 곳에서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아주 오래전이었던 20대부터 이 거리는 나에게 그런 장소였다. 뜸하게는 1~2년에 한 번 갈 때도 있지만 일상의 생활 공간인 셈이다.

몇 해 전부터 봉산미술제와 도자기축제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봉산문화거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축제기간인데도 사람이 너무 없다는 것과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거리의 풍경이다. 짧은 축제기간 중에 봉산문화거리는 교통통제가 되지 않아 끊임없이 차가 다니고, 그나마 방문한 사람은 차를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다. 심지어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고 삽을 들고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갤러리 투어가 끝나고 다시 돌아오는 630m의 거리에서 도슨트 투어 참여자들은 봉산문화거리에 이렇게나 많은 갤러리가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또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기대 이상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피해 다녀야 했던 차들과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일상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봉산문화거리에 투영돼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어떤 형식으로든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 10월 다시 봉산문화거리를 찾을 것이다.
김미향<샘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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