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코로나19의 시간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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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6 07:40  |  수정 2020-06-26 07:45  |  발행일 2020-06-26 제16면

김미향1
김미향〈샘갤러리 대표〉

맑은 물이 흐르는 신천을 중심에 둔 대구는 동글동글하니 참 아름다운 도시다. 또한 교육·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대구' 라는 도시공간에 교육·문화적 배경인 역사적 토대가 두텁게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구는 다른 어느 지방보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그 이유를 조금 가까운 역사에서는 19세기 영남유림들의 활발한 활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화도시로서의 인적 토대인 석재 서병오, 서동진, 이인성, 이쾌대 등과 같은 천재들의 활동이 있었다. 이후 한국현대미술사에서 큰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1974년 개최된 대구현대미술제에서의 대구 미술인의 활약과 당시 대구로 몰려든 전국 미술인들의 활동은 대단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공간과 소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는 과거에 살아왔던 이들의 삶의 방식이 투영되어 있다. 또 그 위에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방식이 겹쳐지는 것이며,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누적된 삶의 가치를 품고 있는 일상의 공간을 코로나19의 시간을 통해 한층 더 들어가 보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하며 쉼 없이 움직였던 몸을 가만히 두게 되고, 시간이 지나니 생각까지도 줄어드는 상황. 한편 불안하고 한편 편안함이 왔다 갔다 했지만 내 일상이 좀 더 단아해지는 느낌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질 거라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상의 지리학'에서 박승규는 일상적인 삶을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으로 구분하는 잘못된 관습에 대한 푸코의 비판을 언급하면서, 우리 삶의 토대인 일상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를 학교교육에서 찾았다. 즉 학교 교육을 통해서 가치 있다고 배운 공간에서는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내 일상 공간에서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몸을 지배하는 이러한 습관은 비단 학교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 테다.

코로나19의 시간을 통해 다시 들여다본 내 일상의 공간인 신천, 김광석 길, 봉산문화거리, 대구성균관청년유도회는 나에게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미향〈샘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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