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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은 끊임없이 그 영역을 확장해왔고, 그 결과 무엇이든 미술이 될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초코파이를 한가득 쌓아 놓기만 해도 미술 작품이 되고, 바나나를 벽에 붙여 놓아도 작품이 된다. 불에 탄 나무들도 작품이 되고, 강가에서 가지고 온 돌들도 작품이 된다.
꼭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만 미술의 영역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일회성과 우연성이 강조되는 행위들도 미술의 일부분이 되었다. 백남준 선생도 깊이 관여했던 플럭서스 운동은 '흐르다'라는 뜻을 가진 그 이름부터가 이러한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필립 코너는 '뽑거나 두드리라' '물건을 떨어뜨리라'처럼 문자를 사용해 작곡을 했고, 연주자는 그 문자로 된 악보에 따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연주를 했다. 이러한 음악활동을 보면 이미 전시와 공연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을 찾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장르 간 협업이 활발한 대구에서는 미술과 공연 사이 협업도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2018년 극단 청춘무대가 미술가들과 협업해 범어아트스트리트 공간을 공연에 맞게 꾸미고, 배우들이 그 공간들을 이동하면서 진행한 '도리안 그레이와 9개의 방'은 독특한 기획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같은 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는 5개의 전시실을 차계남 작가의 작품으로 꾸미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움직이는 미술관오페라로 진행,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현대 개념미술 작가인 이건용의 신체드로잉 기법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연극 '유산게임'이 봉산문화회관에서 올려졌다. 필자가 참여한 이 작품은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개념미술과 미술시장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저런 건 나도 그릴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단순한 그림 속에 작가의 철학이 숨겨져 있음을 알려주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려 했다.
올해에도 공연이 진행된다. 이번에는 이건용 작가가 공연을 관람하고 신체드로잉이라는 개념에 대한 짧은 설명도 관객들에게 해 줄 예정이다. 유주희, 권기자, 장준석 등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술가들의 작품도 공연에 활용할 계획이다. 부디 이 공연을 통해 우리 도시에서 미술과 공연 사이 통로가 더욱 확장되고 더 많은 미술과 공연 간 협업의 결과물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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