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9> 오래된 주택에서 감성 카페로 변신 '이립커피'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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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0   |  발행일 2020-07-20 제12면   |  수정 2021-06-23 17:58
포항운하 둘러본 후 얼음 동동 '장모님 미숫가루' 한잔 '더위 싹~'

경북 포항 하면 떠오르는 명소의 대부분은 바다와 연관돼 있다. 2014년 복원돼 시민 휴식공간이자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포항운하도 그중 하나다. 포항운하는 도심에 매립돼 있던 작은 물길을 되살려 시민 친화 공간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도시 생태·환경 복원에 대한 필요성을 환기시켜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길이 1.3㎞, 폭 15~26m로 운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바닷길과 연결돼 있어 뱃놀이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크루즈를 타고 도심을 유랑하는 맛이 제법 낭만적이다. 또한 포항운하는 국내 최대 어시장인 죽도시장과 인접해 있어 식도락 여행지로 제격이다.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 5편에서는 포항운하 주변 들러볼 만한 카페와 식당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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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이립커피 외부 모습. 하얀색 벽과 진한 갈색톤 벽돌의 조합이 깔끔하면서 심플하다.

포항 오거리에서 송도해수욕장 쪽으로 향하면 송도교에 이르러 운하와 마주한다. 송도교는 운하의 끝자락이다. 포항운하는 해도동 형산강 입구에서 송도교까지 남북으로 도심을 가로지른다. 물길을 따라 수많은 어선이 정박해 있는 풍경은 이국적이면서 제법 운치있다.

운하의 낭만을 온전히 느끼려면 크루즈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크루즈 경로는 선착장에서 포항 앞바다까지 크게 도는 A코스, 동빈내항을 한바퀴 돌아오는 B코스로 구성돼 있다.

A코스는 8㎞, B코스는 6㎞로 각각 40분, 30분가량 소요된다. 25인 이상 단체는 예약시 야간 크루즈 탑승도 가능하다.

운하 주변은 산책로와 자전거길도 잘 갖춰져 있어 나들이 삼아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운하를 둘러본 뒤 송도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송도교에서 세 블록 지나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건물 하나가 유독 눈에 띈다.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예전 모습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아 주변 주택과 이질감이 덜하다. 카페 전체적인 이미지는 심플하다. 새로 단장한 지 얼마되지 않아 깔끔한 모습이다. 특히 건물 아래쪽 진한 갈색 벽돌과 하얀색 벽면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2층은 예전 주택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 친근감이 든다.

하얀색 벽에 내걸린 카페 상호도 눈길을 끈다. '而立'커피. 이현호 대표가 지난해 '서른'의 나이에 카페 문을 열면서 이름 붙였다.

카페 출입문 앞 작은 마당이 예쁘장하다. 하얀색 자갈 위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디딤돌과 간이 테이블의 조합이 감성 포인트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늑함이 느껴진다. 상아색 계통의 벽면과 천장, 주황색 조명이 주는 포근함이다. 작은 실내는 세 곳의 공간으로 다시 분리된다. 내부 인테리어는 건물 외관처럼 심플하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단아한 분위기다. 특히 벽면이 군더더기가 없다. 액자나 포스터는 물론 그 흔한 시계 하나 걸려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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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립커피만의 이색 메뉴인 장모님 미숫가루와 이립 토마토, 여름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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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슈패너와 크로플. 크루아상으로 만든 크로플은 일반 와플에 비해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커피가 아닌 미숫가루다. 일명 '장모님 미숫가루'. 예비 장모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음료다. 국내산 서리태 등 각종 곡물이 어우러져 달달하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놋그릇에 얼음이 동동 떠있는 모습이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이립 토마토도 인기 메뉴다. 잘 갈린 토마토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은 점이 이채롭다. 아이스크림이 조금씩 녹으면서 부드러운 맛이 더해진다. 디저트류로는 크루아상으로 만든 와플이 인기다. 일명 '크로플'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일반 와플에 비해 식감이 부드럽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커피류도 기대 이상이다. 산미가 적고 베리향이 살짝 느껴지는 원두를 사용한다. 바디감은 조금 있는 편이다. 더치 커피는 케냐AA원두가 베이스다. 이외에도 아포가토, 여름라테, 에이드류, 오미자, 캐모마일 차 등이 준비돼 있다.

포항 운하를 둘러보고 시원한 음료 한 잔이 생각난다면 한번쯤 방문해 보자. 골목에 있지만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로 28-3. 운영시간 매일 낮 12시~밤 10시. 매주 월요일·마지막주 일요일 휴무.

▶김동석 영남대 겸임교수의 한줄평: 심플한 인테리어의 깔끔함이 돋보이는 감성 카페. 위치는 관광지와 인접해 있지 않지만 분위기 있는 공간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특색있는 메뉴를 좀더 개발한다면 금상첨화.

▶평점(5점 만점) : 맛 ★★★★ 가성비 ★★★★ 분위기★★★★★ 서비스 ★★★ 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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