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정민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예요?"
어려운 질문이다. 망설임 없이 대답하던 때도 있었지만 면접 대비용이 아니라면 굳이 한 작가를 지목하기보다 "요즘은 ooo작가에게 관심이 있다" 정도로 답한다. 그렇지만 좋았던 전시를 묻는다면(직접 기획한 전시를 제외하고)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답한다. 이 경우 대부분 '제정신이 아니군' 정도의 감탄사가 절로 나온 전시다. 필자가 마스크를 쓴 채 침 튀기며 이야기하고 싶은 전시는 작품만큼이나 미술관의 기획에 매료된 전시다.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빈홀 프로젝트가 그중 하나인데, 세계 최고 수준의 전시가 탄생하는 곳이다. 특히 터빈홀은 옛 발전소 공간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개조한 탓에 입구에 들어서면 현대미술 앞에서 길을 잃듯 한 방 먹은 기분이다.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아니쉬 카푸어의 '거대한 붉은 나팔'은 차라리 고전에 가깝다. 미술관 실내 한가운데 떠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오렌지색 태양과 그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관람객의 진풍경은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절임' 앞에서 더 이상 충격이 없을 것만 같은 필자의 감성에 돌을 던졌다. 미술관 바닥에 낸 167m의 거대한 균열은 또 어떻고. 5층 높이에서 뱅글뱅글 소리를 지르며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관람객은 점잖은 미술관의 에티켓을 과감히 깬다. 작품 대신 약 70명의 연기자가 들려주는 퍼포먼스는 다 알아듣지 못해도 왠지 다 알아먹을 것만 같은 한 조각 추억을 나눠준다. 모두 터빈홀의 유니레버 시리즈의 하나다. 우리에겐 비둘기 모양의 도브 비누로 익숙한 유니레버가 장기간(2000~2012년) 후원한 이 시리즈는 현재 현대자동차가 현대 커미션이라는 이름으로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의 역량에다 작가의 상상력과 미술관의 의지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다.
동시대미술을 다루는 저명한 학자 중 오늘날 현대 미술관의 스펙터클 주의와 테마파크화(거대한 규모의 오락성 전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관람객의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그 흥분 섞인 목소리는 전시에 힘을 보태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우리는 전시에서 뭔가 배우기보다 말없이 느끼고 때론 소리 지를 수 있을 만큼 행복해지길 원한다. 전시를 만드는 필자도 그렇다.
이정민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박진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