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욱수천과 고산도서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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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3  |  수정 2020-07-23 08:10  |  발행일 2020-07-23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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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혜〈고산도서관장〉

코로나로 도서관 휴관이 길어지는 동안 인근을 걸어서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고산을 지리적으로 알고 있으면 도서관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구 수성구 고산지역은 대학 시절 포도밭과 딸기밭에 친구들과 갔던 기억 이래 완전 상전벽해가 되어 아파트단지가 빼곡히 들어선 현재의 모습으로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지난 몇 개월 점심시간이 되면 자주 나가보는 곳이 바로 옆 욱수천이었다. 퇴근 후에는 하천을 따라 욱수지까지 올라가 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욱수천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 매호천과 만나는 곳까지도 가봤다. 좀 더 멀리 금호강과 연결 지점까지도 가서 동구 지역과 접하는 훨씬 넓은 풍광을 볼 수도 있었다. 때로는 남천 방향으로 돌아서 경산으로 나가보기도 했는데, 욱수천을 중심으로 고산과 인근 지역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잘 정비된 산책길은 지역주민의 쉼터이며 건강을 위한 멋진 힐링 코스였다. 물이 흐르고 물고기와 고동이 사는 하천은 새들에게도 좋은 서식처였다. 천변에 피어나는 각종 꽃과 식물들을 포함해 욱수천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생태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생태사상가인 김종철 선생님께서 이번 호 녹색평론 책에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에는 산책이 효험이 있다. 집 근처 개천 길이나 산길을 걸어 보면 길가의 풀들에 시선이 가기 시작하고 그 풀들도 인간과 다를 게 없는 생명체여서 함부로 밟을 수가 없었다"라고 한 글이다.

며칠 전에는 욱수천 신매교 아래서 '도심 속의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걷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다리 밑에서 울려 퍼지는 연주에 호응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코로나 시기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것 같았다.

고산지역 하천에 애착을 느끼게 되면서 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과 연결해 보려고 공모사업에 지원했는데 '고산, 흐르는 세월: 강을 따라 흐르는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선정되었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하천을 따라 장기간 형성된 대규모 복합유적지를 탐색한 뒤 욱수천, 매호천, 금호강까지 생태 전문가와 함께 걸어보고, 마지막에는 도시 발전과 환경 문제를 같이 고민해 보는 내용으로 9월부터 진행한다.

매력적인 자연 생태 공간을 도서관과 함께 발견하고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서명혜〈고산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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