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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호석〈극작가·연출가〉 |
고위공직자의 청문회가 열리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위장전입이다. 실제로 거주할 의사가 없는 곳에 주소만 등록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좋은 학교에 배정을 받는다거나 하는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불법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딘가에 산다고 할 때 그 기준이 무엇일까.
지난해 '한 달 살기'라는 여행의 형태가 유행하였다. 집이나 방을 한 달간 빌려서 낯선 마을이나 도시에서 살아보는 식으로 여행을 하는 방식이었다. 며칠간 머물면서 파편적인 인상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골목길을 걸어 다니면서 단골 식당도 만들고 반갑게 인사하는 마을 사람들도 생기는 새로운 방식의 여행에 많은 이가 열광하고 동참을 했다.
우리 주민등록법은 1년에 30일 이상의 거주 의사가 있는지를 위장전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365일 중 30일을 거주할 의사가 있다면 그 사람은 그 집에, 그 지역에 사는 것이다. 법적으로 여러 주소지를 동시에 등록할 수는 없겠지만, 개념적으로는 한 사람이 뉴요커이면서 파리지앵이고 동시에 광역시민이면서 또한 군민일 수 있는 것이다. 어지간한 외국은 하루 만에 날아갈 수 있고, 대구에서 서울까지 기차로 2시간도 안 걸리는 시대에 오로지 하나의 지역만을 나의 활동영역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필자는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이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더 넓은 세상을 염두에 두고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도시는 현재 아주 훌륭한 예술작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이 대구라는 도시를 넘어서 유통되는 방법이 별로 없어서 안타깝다. 젊은 세대들은 평생을 한 도시에서만 작품을 만들고 그곳에서만 소비하는 방식에 만족하기가 힘들다. 전국을,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예술가라면 그 갈증은 더욱 심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지역의 예술가들이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것을 유지할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지역의 예술가들을 불러 우리 지역의 예술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우리 예술가들도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키자. 대구에 있지만,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 인재들의 유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손호석〈극작가·연출가〉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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