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여행지에서 만난 도서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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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30 07:48  |  수정 2020-07-30 07:52  |  발행일 2020-07-30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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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혜〈고산도서관장〉

휴가 시즌이다. 올해는 해외로 나가는 발길들이 뚝 끊겼다. 지난 여행의 추억을 떠올려보다 1년 전 우연히 만났던 오디도서관의 모습이 생각났다.

작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헬싱키에 도착해서다. 디자인으로 이름난 도시답게 거리의 간판이나 광고 조형물도 다 매력적이었다. 방문 첫날 그곳 현대미술관에서 창밖으로 특이한 건축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눈길을 끄는 지붕 형태와 옥상에 많은 사람이 올라가 있는 광경에 호기심이 생겨 무작정 찾아가 봤다.

바로 그 도시에서 모든 이의 거실로 불린다는 '오디도서관'이었다. 빌딩 앞 광장은 박람회 행사로 북적거렸고,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그저 놀람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먹고 마시며 얘기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그런데도 맞은편에는 문을 개방한 채 한창 세미나가 열리고 있었다. 바깥 소음에 아랑곳없이 질문하고 경청하는 진지한 청중과 오픈된 분위기의 진행 모습이 신기할 정도로 활기가 느껴졌다. '시끄러운 도서관'이 추세라는 말이 실감이 났고 자유가 넘쳐 보였다.

로비 층에는 영화관과 전시공간도 포함돼 있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2층은 회의나 배움을 위한 방들로 구성되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3D프린터나 레이저 커터기 같은 장비들을 활용할 수 있고 음악이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가상현실(VR) 방, 요리 수업이 가능한 부엌, 재봉틀 바느질 방, 각종 게임방도 눈에 띈다.

3층은 이름이 '책의 천국'이었다. 서가 높이를 낮춰 빼곡히 꽂은 책들은 잡지·게임·악보 등과 함께 20여 언어에 이른다. 아동과 일반인의 책이 한 장소에 있었고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나 웃고 장난치는 아이들이 자연스럽다. 친구와 담소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바닥이나 난간, 구석진 공간 어디서나 편하게 독서를 하고 발코니에서는 산책하거나 시가를 조망하면서 선탠을 즐긴다.

'오디도서관'은 2018년 핀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건립해 자유와 평등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헌정됐다. 2019년에는 '올해의 공공도서관'에 선정돼 더 유명해졌다. 가져온 팸플릿 뒷장에 "오디는 우리 모두를 위해(Oodi is for all of us)"라는 문장이 돋보인다. 덕분에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되었다.
서명혜〈고산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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