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협업은 어렵다

  • 박진관
  • |
  • 입력 2020-07-31 07:43  |  수정 2020-07-31 08:58  |  발행일 2020-07-31 제16면

2020073001001246800053601
손호석〈극작가·연출가〉

융합과 통섭의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예술도 여러 장르가 만나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그런 작업에 꽤 흥미를 느끼는 편이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해 왔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예술가들이 만나서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단 강제로 시키는 협업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훌륭한 예술가들끼리 만난다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기질, 취향, 스타일, 철학이 잘 어울려야 한다. 흡사 연애나 결혼처럼 짝이 있다. 서로 안 맞는 사람들끼리는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모은 뒤에 협업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라고 강제하는 사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서로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그런 기회가 있어야 누가 나랑 잘 맞는지 알아 볼 수도 있고, 서로의 작업을 보면서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결과물을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협업은 강제로 되는 게 아니다.

어떤 경우에 좋은 협업이 이루어지는가? 일단은 서로에게 호감이 있어야 한다. 싫은 건 죽어도 못 하는 사람이 예술가들이다. 만나보고 서로에 대해 좋은 느낌을 받아야 일단 시작이라도 해 볼 여지가 생긴다. 그다음에는 서로의 작업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호감도 있고 존경심도 있어서 함께 작업을 하기로 했다면 그다음에는 교통정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작업은 전쟁을 불러오기 쉽다. 함께 작업하지만 결국에는 '누구'의 작업인지, '어느 팀'의 작업인지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이 잘 정리가 되어야 의견이 다를 때 충분히 협의한 뒤 누구의 결정에 따를지 정리가 된다.

누구의 작업인지 결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제작비를 만들어 온 사람, 제작비를 마련한 팀의 작업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돈이 섞이면 욕망도 섞이고 의견도 섞이다 결국엔 파국을 맞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한 팀이 제작비를 마련하고 최종 의사결정의 권한을 가지는 것이 가장 현명한 협업의 형태다.

마지막으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훌륭한 예술가들이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협업의 결과물들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손호석〈극작가·연출가〉

기자 이미지

박진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