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칭찬의 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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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7  |  수정 2020-08-07 08:15  |  발행일 2020-08-07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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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석 〈극작가·연출가〉

칭찬에는 힘이 있다. 칭찬은 좌절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더 나은 성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나눠진 마음을 모으기도 하고, 불평 불만을 해소시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칭찬에 인색하지 말고 자주 칭찬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칭찬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칭찬에 힘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힘은 좋은 방향으로도 작용하지만 나쁜 방향으로도 작용한다. 그래서 혹여 나의 칭찬이 나쁜 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칭찬을 아끼게 된다. 예를 들어 영어책을 열심히 읽는 아이를 보고 칭찬한다면 아이는 부모를 만족시키고 더 많은 칭찬을 얻기 위해 열심히 영어책을 읽으려 할 것이다. 영어책을 읽어서 뭐 그리 나쁠 게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재미가 있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칭찬받기 위해 읽는 것이라면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다.

부모의 칭찬은 아이에게 '이것이 중요한 일이고, 이걸 해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을 줄 수 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면 재미있는지 다양한 방향으로 탐구해야 할 시기에 이러한 압력은 여러 가능성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것을 잘한다고 칭찬하기보다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아이의 취향을 찾기를 독려하려고 한다. 칭찬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서 어떤 것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예술가에게도 칭찬은 큰 힘을 발휘한다. 묵묵하게 자기의 예술세계를 펼치다가 알아주는 이 없어 외롭고 힘이 빠질 때 누군가 그 작업을 알아봐 주고 칭찬하고 상을 준다면 그 예술가는 다시 힘을 얻어 꾸준히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과도한 칭찬을 받는다면 득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 예술가에게는 자기객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지나친 칭찬은 실제의 자기보다 더 큰사람이라고 오해할 수 있게 만든다.

물론 칭찬에도 비난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면 가장 좋을 것이지만 참으로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작업과 남들이 칭찬하는 작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예술가들이 많은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칭찬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혜롭게 칭찬하자.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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