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스트레스의 크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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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07:50  |  수정 2020-08-13 08:30  |  발행일 2020-08-1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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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거리공연가 '삑삑이'〉

사람들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로 인해 활력이 저하되거나, 다른 일들이 풀리지 않게 된다거나, 감정이 폭발하거나 혹은 아예 무기력해진다. 오늘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법이 아닌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얘기해보자.

필자는 "이상적이다" "너무 긍정적이다" "상처와 스트레스에 둔하다"는 말을 듣는다. 왜 이런 얘기들을 할까.

어릴 적 아버지는 중구 교동에서 가전제품 대리점을 운영하셨고, 어머니는 식당을, 할머니는 작은 슈퍼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부도로 인해 집에 빨간 딱지가 붙었다. 누나들과 나 이렇게 삼남매는 할머니의 작은 슈퍼 단칸방에서 몇 년 동안 살아야 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필자의 유년 시절은 참 불행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유년시절은 유니크했다. 저학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도에 대한, 우리 집이 망했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몰랐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소위 말하는 '망했다'로 끝이 아니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집중했던 것 같다. 아침에 등교할 때 할머니가 속이 따뜻해야 된다고 끓여주셨던 라면은 세상 최고의 따뜻한 라면이었고, 누나들과 할머니와 한방에서 잤던 것도 일종의 캠핑 같고 재밌었다. 학교를 마치고 슈퍼에 앉아 마시는 우유 한 잔과 만화 영화는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 삶의 태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를 잘 받아들이는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많이 힘드시죠." 맞다. 힘들다. 공연업계라는 것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가장 나중에 회복되니 당연히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대답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앞을 보았다. 이 사태가 길어지면? 혹은 사는 방식이 달라지면?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거리공연가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공연해왔고 변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던지고 있고 던질 것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에너지원으로 삼은 것 같다. 어차피 받은 거 잘 풀어보자. 한 번 싸워보자는 식으로 극복해왔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일이 부딪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오고 있는 스트레스를 넋놓고 보고 있을 순 없지 않는가. 바이러스 이겨내듯 한 번 이겨내 보자. 삑삑!

정호재 <거리공연가 '삑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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