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남북관계, 무엇이 아쉬워 조급해하는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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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  발행일 2020-08-12 제27면   |  수정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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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지난 6월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일련의 도발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 행보가 바빠지고 있는 듯하다. 북한이 애당초 문제 삼았던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된 탈북자단체 법인 허가 취소에 이어 대북전단 살포 금지 입법도 서두르고 있다. 대북·안보라인의 교체도 이루어졌다. 신임 인사의 면면을 보면 북한 정권의 비위를 맞춰보려는 맞춤형 인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은 7월27일 첫 출근길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략적 행동을 강조했다. "통일부가 전략적 행보를 하고 아주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서 남북의 시간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가 말한 '전략적 행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대담한 변화'란 무엇을 염두에 둔 말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취임 직후 보여준 발 빠른 행보를 보면 무언가 조급함이 느껴진다.

우선, 그는 지난달 21일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주장하면서 우리의 쌀과 의약품을 지원하고 북한 술과 물을 대가로 받자는 물물교환이라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렇게 작은 교역을 시작하면 더 큰 교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호응 여부와 대북제재 연관성이 문제다. 취임 3일 만인 7월30일에는 8억원 상당의 코로나 방역물자의 대북반출도 전격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의 수령처를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 논란이 예상된다. 31일 제진역 방문 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남북철도·도로 연결도 추진하여 새로운 한반도 경제 질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에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북한 영유아와 여성들을 지원하는데 1천만 달러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노력과 조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선, 이인영 장관이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7월27일 북한은 소위 전승절(그들이 주장하는) 노병대회에서 핵 억제력 강화를 천명했다. 이는 자기들이 보유한 핵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고, 남북 간 본격적인 경제협력은 꿈 같은 얘기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내건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조건이다. 즉, 남북관계 발전을 원한다면 "민족과의 공조냐 외세와의 공조냐"의 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최근 긴 장마와 잇단 호우로 전 국민이 신음하는 와중에 북한이 황강댐을 무단 방류하여 임진강 수계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위기가 발생했다. 수년 전 북한의 이런 행위로 우리 국민 9명이 목숨을 잃은 일이 있어 남북 간 사전 통보를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은 이런 합의를 무시한 것이다. 청와대는 김정은이 지난 3월 초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낸 친서에서 코로나 위로와 양 정상 간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했지만, 이 또한 빈말임을 보여준 셈이다.

2018년 이후 남북 간 세 차례 정상회담과 일련의 합의들이 있었으나 이런 모습이 남북관계의 현주소다. 지금은 공고한 한미연합억제력을 바탕으로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북한의 핵 포기와 진정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순리다. 성과에 연연하여 조급함을 보일수록 북한은 더욱 갑질을 하고 남북관계 발전은 멀어지게 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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