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광장] 받아쓰는 기자는 죄가 없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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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4   |  발행일 2020-08-14 제23면   |  수정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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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변호사

우스갯소리로 요즘 핫한 트렌드는 언론개혁이다. 한 선배는 사석에서 하는 많은 논평이 기승전 언론의 문제로 끝난다. 지난 1월 상가에서 한 검사가 조국 무혐의 의견을 낸 상관을 향해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한 사건에 대해서는 술 취한 검사의 의도된 주정을 친한 기자가 받아쓰기한 것이라 평하기도 했다.

언론의 병폐는 유착과 언론플레이로 지적된다. 언론플레이 논쟁은 얼마 전 '채널A 검언유착 의혹사건'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검언 유착 자체에 대해 수사가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장장 4개월간 이뤄진 수사는 압수수색 과정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50대 검사의 수액 촬영 사진만 남긴 채 아무 유착도 없었던 것으로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재미있는 건 이 사건 수사검사와 피의자 검사장 간의 언론플레이 대결로 보이는 해프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압수수색 과정의 육탄전(?)이 있던 바로 당일 해당 검사가 수액을 맞으며 누워있는 사진이 언론에 배포됐다. 이후 피의자인 검사장의 지인은 방송에서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신뢰를 위해 병원을 가지 않았다'는 전언을 전했다. 이 응급실에 누워있는 자와 고통을 감내한 자의 대결의 결과는 수사 검사에 대한 뎅기열 조롱으로 막을 내렸다. 여론은 '조직의 신뢰를 위해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검사장에게 우호적이었다.

이러한 판정승의 이유는 결국 진실이다. 일단 피의자 측이 공개한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실제 검찰은 피의자의 공무집행 방해혐의에 대해 발을 뺐다. 폭행이 없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유심칩을 압수하러 갔다가 비번해제를 증거인멸로 보고 오버했다는 검사의 말은 무지와 불신의 인상을 주었고 응급실에 누워있는 모습은 특권과 비겁함마저 느껴졌다. 이 사건을 통해 보았던 건 첫째는 언론플레이의 실체다. 잘못된 언론의 관행이란 건 유착을 전제로 하므로 언론플레이에서 주체는 취재원이다. 수사 검사의 응급실 사진이나 검사장이 병원에 가지 않은 이유도 당사자들을 통해 나왔다. 언론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했다면 그건 조작 보도이고 정정 보도의 대상일 뿐이다.

둘째는 언론플레이 성공의 조건이다. 플레이 주체가 취재원인 이상 성공 여부는 흘린 내용의 진실성과 의도에 달려있다. 언론플레이란 말의 부정적 뉘앙스를 감안하면 내용이 진실되다면 언론을 통한 호소라 표현함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어쨌든 처음 나왔던 응급실 사진은 진실성과 의도 두 가지 점에서 의심스러웠기 때문에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유착은 당연히 나쁜 걸까. 기자는 취재를 위해 취재원과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이를 얼마나 돈독하게 하느냐는 기자의 능력이다. 공적인 브리핑만 허용된다면 하나의 언론사만 있으면 족할 것이다. 같이 밥을 먹고 술자리를 할 때가 속얘기를 들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좋은 기사를 위한 팩트는 결국 정확한 받아쓰기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기자가 사실을 가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 몇 달 검언유착 시비가 한창이더니 유착의 내용은 없고 카톡 횟수만 남았다. 두 달간 수백 건의 카톡이 있었다고 한다. 내 카톡을 들여다보았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안녕하세요' '잠깐 여쭤볼 게 있습니다' 하는 식으로 많은 카톡이 오갔다. 이 사건의 시작은 유착을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시도한 것이라고 했는데 뭐가 유착이고 기자는 왜 구속이 되었다는 건지 뒤죽박죽이다. 그저 정리 안된 개혁 바람 속에 운 나쁜 희생자가 나올까봐 걱정스럽다.
전지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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