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13> 26년 역사를 간직한 '임곡 원조 춘천닭갈비'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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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4   |  발행일 2020-08-24 제12면   |  수정 2021-06-23 18:03
포항서 닭갈비하면 이곳…2~3일간 숙성시켜 육질 부드럽고 담백

경북 포항 12경 중 여덟번째 명소는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이다. 이곳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실린 연오랑 세오녀에 대한 기록을 스토리텔링화해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간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를 그림으로 풀어낸 이야기 벽을 시작으로 한국뜰과 방지연못, 일월대, 거북바위, 신라마을, 철예술뜰 등 다양한 시설물이 마련돼 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과 인접해 있어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이곳은 동해의 일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해넘이 명소이기도 하다.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 7편에서는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주변의 가볼 만한 식당과 카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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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항 주변에 위치한 임곡 원조 춘천닭갈비 식당은 1995년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다

포항은 트레킹을 즐기기 좋은 도시다. 지역 곳곳에 둘레길이 마련돼 있어 간편한 복장을 갖추고 부담 없이 나서기만 하면 된다. 특히 동해안을 끼고 걸을 수 있는 호미반도 둘레길은 전국적인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코스는 동해면 도구해변을 시작으로 선바우길, 구룡소를 거쳐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이어진다. 호미반도 둘레길의 특징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로 곁에서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파도소리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몸을 움직이면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호미반도 둘레길의 첫 구간은 연오랑세오녀 길이다. 연오랑세오녀 길은 다시 부부의길, 비단길, 빛의길 등 5개 코스로 나뉜다. 출발지점인 도구해수욕장에서 빛의길을 따라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으로 향하면 포항해양경찰서 임곡출장소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향하면 세오녀길에 이어 부부의길로 들어서고, 왼쪽 길로 접어들면 비단길 코스를 둘러볼 수 있다.

행선지를 세오녀길로 정한 뒤 한참을 걷다 보면 갈색 톤의 2층 건물과 마주한다. 이곳은 포항에서 나름 유명한 식당이다. 상호는 임곡 원조 춘천닭갈비. 1995년 처음 문을 연 뒤 줄곧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항에서 닭갈비하면 이곳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임곡에서 춘천 닭갈비집을 차린 이유는 단순하다. 김희주 대표의 친언니가 춘천에 살고 있었고, 그곳에서 먹던 닭갈비를 포항에서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당시 언니의 지인을 통해 배운 요리법은 오랜 세월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한 비결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지점별 위치 안내도가 눈에 띈다. 포항 이동과 문덕, 장성동 외에도 경주, 울진 등지에 지점이 있다.

아케이드가 쳐진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서면 식당 출입구가 나온다. 실내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메인 공간과 단체손님을 위한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테이블 수가 10여개 남짓이다.

오래된 식당이지만 나름 깔끔하다. 바닥은 비닐로 된 시트가 깔려있는데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을 사용했다고 한다. 오른쪽 창을 바라보면 저 멀리 동해가 보인다. 식사를 하면서 감상할 정도는 아니지만 잠시나마 바다의 운치를 느껴 볼 수 있다. 왼쪽 창밖에는 조금 특이한 공간이 있다. 조그만 잔디구장이 조성돼 있고, 작은 축구 골대도 보인다. 프로 축구선수가 된 김 대표의 아들이 어릴 때부터 연습을 하던 공간이다.

메뉴는 단출하다. 닭갈비와 막국수가 전부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돈가스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반찬도 메뉴만큼이나 소박하다. 특별한 찬은 없지만 비트로 색을 낸 동치미가 새콤해 닭갈비와 곁들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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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올라간 뼈없는 닭갈비. 고소한 맛을 즐기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닭갈비는 양배추와 함께 커다란 원형 팬에 올려져 나온다. 이곳에선 직원들이 닭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일일이 조리해 준다. 사리류와 치즈는 기호에 따라 추가하면 된다. 닭갈비 양념은 맵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조금 심심한 듯 과하지 않은 맛이다. 고춧가루 베이스에 간장과 설탕 등을 첨가한 양념을 쓰는데 텁텁하지 않고 간이 잘 배어난다. 닭고기는 양념장에 재운 뒤 2~3일간 숙성시켜 육질이 부드럽다.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따로 나오는 양념장을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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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한 맛이 돋보이는 막국수.

볶음밥과 막국수도 기대 이상이다. 이곳에선 계란찜을 두르지 않고 그대로 밥을 볶아준다. 맵지 않아 부담이 적다. 막국수는 구수한 맛보다는 새콤달콤한 맛이 돋보인다. 닭갈비와 함께 먹으면 보다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3065-1. 운영시간 오전 11시30분~밤 9시, 브레이크 타임 평일 오후 3시~5시. 첫째·둘째·셋째 월요일 휴무.

▶김동석 영남대 겸임교수의 한줄평: 해안도로에 위치한 닭갈비 전문점. 두꺼운 팬에 볶은 닭갈비와 막국수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평점(5점 만점) : 맛 ★★★★ 가성비 ★★★★ 분위기 ★★★★서비스 ★★★★★ 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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