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14> 바다와 커피, 사람 냄새나는 감성공간 '카페 마레'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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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4   |  발행일 2020-08-24 제12면   |  수정 2021-06-23 18:04
신선한 커피 본연의 맛 '자부심'…창 너머 펼쳐진 푸른 바다도 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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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바탕에 진한 파랑으로 포인트를 준 카페 마레 외부 모습.

호미반도 둘레길 두번째 구간은 선바우길이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시작해 하선대를 지나 흥환어항까지 이어진다. 해안 데크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감상하며 한적하게 걷기 좋은 코스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임암 1리 마을회관 쪽으로 향하면 도로변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건축물처럼 하얀색 바탕에 진한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2층 규모의 카페다. 꽤 오래된 건물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듯한 인상이다. 건물 2층 중앙에는 상호가 큼지막하게 내걸려 있다. 카페마레. '마레'는 라틴어로 바다를 뜻한다. 글씨체도 왠지 건물과 닮아있다.

주차장이 꽤 넓직하다. 전기차 충전소까지 마련돼 있다. 출입구를 통해 1층으로 들어서면 중앙부에 나선형 계단이 눈에 띈다. 계단 재질도 특이하다. 금속판을 덧대 질감을 살렸다. 철판 안쪽에는 LED조명을 넣어 심미감까지 더했다. 왼쪽 벽면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글이 빼곡히 새겨있고, 오른쪽 공간에는 로스터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나선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 3면이 모두 커다란 유리창으로 둘러져 있어 개방감이 상당하다. 특히 전면 창에는 푸른 동해가 끝없이 펼쳐져 망중한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창 바로 앞에는 작은 대나무숲이 조성돼 있어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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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레 내부는 3면이 유리창으로 둘러져 있어 푸른 동해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내부공간은 회색과 암갈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차분한 분위기를 낸다. 또 내부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마련돼 있는데 주인장의 성향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소형 로스터기와 수제 스피커, 산악자전거, 기타, 망원경 등 김헌태 대표의 관심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곳은 카페이자 김 대표의 취미생활 공간인 셈이다. 그만큼 김 대표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공간 디자인은 물론 소품 대부분을 김 대표가 직접 꾸몄다. 대형 커피 전문점 틈바구니 속에서 좀 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김 대표의 인생 스펙트럼은 커피 맛만큼이나 넓다. 커피에 빠져있다가 트럼펫을 접하고, 색소폰으로 전향했다가 현재는 기타를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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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대표가 드리퍼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카페 마레의 정체성은 커피와 직결된다. 차와 에이드류, 베이커리류도 갖추고 있지만 커피에 포커스를 맞춰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1993년부터 포항에서 커피숍을 운영했을 만큼 커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지역 '커피 1세대'로 불릴 정도다.

생각보다 커피가 늦게 대중화되는 바람에 잠시 외도를 했지만 커피에 대한 애착은 그대로다. 2016년 이곳에 카페를 다시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그는 아직도 커피 맛에 대한 의문을 품고 여전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김 대표의 모습에서 장인의 품격이 느껴진다. 이곳 커피는 미디움 보디에 프레시 한 맛이 특징이다. 무거운 맛보다 신선한 맛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를 마셔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원두는 파나마, 과테말라, 예가체프, 케냐, 코스타리카를 사용한다. 스페셜티로 페루 게이샤도 취급한다. 커피류 외에도 카모마일·페퍼민트·로즈메리 티, 유자차, 생과일 주스, 스무디, 레몬·자몽·청포도 에이드 등이 준비돼 있다.

으스름한 저녁, 동해의 해넘이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자.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2944. 운영시간 매일 오전 10시~밤 10시, 둘째·넷째 월요일 휴무. 반려동물 동반 가능.

▶김동석 영남대 겸임교수의 한줄평: 동해를 품고 있는 로스터리.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다 보면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는 공간.

▶평점(5점 만점) : 맛 ★★★★ 가성비 ★★★★ 분위기 ★★★★★ 서비스 ★★★★ 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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