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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혜<고산도서관장〉 |
한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 같다. 간단한 한 줄의 언급이지만 휴가에 관한 많은 사람의 로망을 대변하는 표현처럼 들렸다. 지친 일상에서 훌훌 떠나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고 다시 일의 활력을 회복하자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여행에 관한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여행사의 광고 같은 느낌도 있다. 휴가 시즌이 되면 여행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한동안 여행 붐이 일어났던 시대가 있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렸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잠시 일에서 벗어나 잊고 있던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은 소망이 있다. 반드시 여행이 아니더라도 평소 소원했던 가족 간의 정을 나누거나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쓸 시간을 내기 위해서라도 직장인들의 휴가는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휴가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특히 대민 업무를 하는 기관들에서 그렇겠지만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의 경우 이용자를 만날 수 없었던 시간이 길었다.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해 연기한 사업도 많고 비상사태로 시간을 보내며 많은 업무가 비정상적인 상태로 가동되었다. 그래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 가는 즈음에 다시 방역 경계 확대 소식에 더욱 조심스럽고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름휴가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무더위 속에서도 예전처럼 휴가지를 검색하고 일정을 짜고 할 사정은 아니어서 여러 가지 주저하게 된다.
코로나 기세가 지금처럼 큰 위협이 되면 여름 휴가 패턴도 바뀔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보다 개인 승용차로 이동하고, 가족끼리 식사를 하며, 번잡한 곳보다 조용한 장소를,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 여행들이 추천되고 있다. 더 나아가 집에서 즐기는 휴가를 제안하며 붐비는 휴가지보다 차라리 집에서 보내라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 휴가는 '어디로 갈 것인지' 하는 고민보다 '무엇을 할까'가 좋겠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도 되는 휴가가 가능하다면 그것도 진정한 힐링 시간이 되지 않을까. 굳이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며 빈둥거림이 허용되는 시간을 보내 보자는 생각도 있다. 그러다가 지겨워지면 집 부근이나 가까운 곳, 평소 관심 두지 않았던 마을 안을 산책해보거나 운동장 맨발 걷기 등으로 여유를 즐기는 휴가도 괜찮은 것 같다.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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