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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제현 〈훌라 프로모터〉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개인 컵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아차, 왜 예상 못 했을까. 스스로 일회용 컵에 든 음료를 구매한 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2월 말 코로나로 인해 개인 컵 사용이 금지되었을 때였다. 미리 알았다면 매장에서 다회용 컵에 받은 후 옮겨 담았을 텐데, 이미 나온 걸 물릴 수도 없고 이럴 때면 퍽 난감하다.
나는 여전히 프로 '불편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많은 '난감함'을 겪고 있다. '빨대의 법칙'과 '이미 벌어진 딜레마' 등 명명할 수 있을 만큼 사례가 쌓였을 정도다. 빨대의 법칙은 일종의 징크스다. 빨대를 빼달라고 하는 걸 깜빡할 때면 꼭 음료에 꽂혀서 나오고, 잊지 않고 빼달라고 요청하면 원래 빨대가 셀프서비스로 제공되는 곳이라는 징크스. 깜빡할 때면 거의 100% 확률로 일어나지만, 반대로 깜빡하지 않는다면 발생하지 않기에 나의 노력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미 벌어진 딜레마는 골칫덩이다. 돌이킬 수 없고 또 반드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손님이 방문선물로 커피를 사 왔을 때 첫 번째 고민은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다. 매번 고민하지만 이미 사용돼 버려질 테니 어쩔 수 없다며 일회용 컵을 사용한다. 두 번째 고민은 선의로 선물을 사 온 손님에게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고 있으니 앞으로 빈손으로 와달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말하게 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해결점을 찾은 듯하지만 결국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타협 지점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딜레마다.
또 다른 예도 들어보자.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고자 고기를 줄이고 있어 햄이나 고기를 빼달라고 했지만 반영되지 못했을 때, 혹은 해물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는데 고기가 갈려있을 때다. 이미 나온 시점에서 소비된 것이니 먹을 것인가 아니면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의지를 다지는 의미에서 남길 것인가.
하루가 멀다고 난감한 상황은 발생한다. 이 상황들은 평생 나에게 고민을 던져주며 함께할 것 같다. 그렇기에 이상과 원칙, 현실과 타협 사이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겠지만, 내가 정한 방향성만은 유지한 채 '프로 불편러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제현 〈훌라 프로모터〉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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