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버르장머리 없는 자동차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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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4  |  수정 2020-09-04 07:50  |  발행일 2020-09-04 제16면

이정연
이정연 〈작곡가〉

며칠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신형 SUV 차량을 발견했다. 대형 차량이라 그 옆 주차는 포기하고 지나가는데 함께 탄 13세 아들이 "저 차 버르장머리 없이 생겼네"라고 말했다. 엉뚱한 표현에 박장대소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물어봤다. 다른 SUV 차량보다 차체가 높아 탈사회적 성향을 띠는 사람들의 불량스러운 헤어 스타일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며 그와 비슷한 이미지를 동시에 연상해 나온 표현이 바로 "버르장머리 없이 생긴 자동차"였던 것이다.

아이들의 재미있는 표현은 어느 가정에나 흔히 있다. 우리 집에도 현실적인 엄마와 상상력이 풍부한 초등학생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그 엄마는 집에서 여전히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고, 그 아들은 BTS 음악과 유튜브 영상을 즐기며 모바일로 친구들과 소통한다. 대면 교육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언택트를 넘어 이젠 온택트(온라인 비대면)의 일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이 시대 어른들이 내놓은 최선책은 불가피하게도 온라인교육이다. 사물과 마주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때 상상력과 창의성을 더욱 발휘하는 아이들이 전자매체에 의존해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다. 그들의 잠재된 창의력과 표현력은 누가 어떻게 키워줘야 할까. 그들의 감성은 어디서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니체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어린이들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고, 피카소는 '나는 어린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라는 말을 남겼다. 온텍트 시대에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들만의 창의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그가 바로 '예술가'라고 말하고 싶다.

뒤뚱거리는 아이가 넘어질까봐 부모가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듯, 아이들의 시선과 사고와 마음을 살필 줄 아는 예술가들이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 어린이를 위한 음악, 그림, 글, 춤 등이 폭발적으로 등장해 아이들이 모든 예술 장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술은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전달'이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어린이의 감정을 예술가가 재전달함으로써 아이들은 예술로부터 위로받지 않을까.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 아이들의 감성을 보호하고 잠재된 창의력을 키우는 데 온 예술가의 시선과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이정연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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