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전태일의 친구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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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2  |  수정 2020-09-22 07:54  |  발행일 2020-09-22 제21면

백수범
백수범〈변호사〉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1970년 11월13일 서울 평화시장에서 분신한 전태일. 올해는 그가 스물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한 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기름을 끼얹은 몸을 불사르며 평화시장을 내달린 그가 마지막으로 외친 말은 간명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생전 "대학생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아렸든지 같은 대구에서 한 해 먼저 태어나 '대학을 나온' 인권변호사 조영래는 훗날 '전태일 평전'을 써서 기꺼이 그의 친구가 되어주었고,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는 많은 대구 시민이 그의 친구가 되어 평화시장을 내달렸던 그 정신을 기리고자 한다.

대구시민이 의기투합해 재작년 겨울에 창립한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모금 운동으로 1억3천만원을 마련해 지난해 전태일 열사가 어린 시절을 보낸 대구 중구 남산동 낡은 집을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올해는 중도금 1억여원을 지급했다. 전 열사가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고 스스로 말한 그 자리에 기념관을 만들기 위해서다. 필자는 계약 이후 '전태일의 친구들'이 나머지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기증한 미술 작품으로 특별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후원의 날 행사를 열기도 하면서 열심히 모금 운동을 해온 것을 직간접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매매대금이 5억원이나 되다 보니 '전태일의 친구들'이 조금 힘에 부치는 것 같다. 당초 목표대로라면 지난 6월에 살던 집 매입을 완료하고 지금쯤 기념관을 열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야 했다. 하지만 세상사 조금 늦어지면 또 어떤가. 열사가 생을 마감한 지 50년이 되는 11월13일에 맞춰 살던 집 매입을 완료하고, 코로나가 물러난 내년 봄쯤 기념관을 여는 것도 멋진 일이다.

'전태일의 친구들'이 정부나 대구시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힘으로 기념관을 세우려는 이유는 자기보다 약한 어린 여공 '시다'들을 인간답게 대해달라고 외쳤던 열사의 정신을 '친구들이' 오롯이 기리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그 목표 지점이 얼마 안 남았다. 이 가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친구'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모금계좌:대구은행 504-10-351220-9 <사>전태일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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