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청진기 든 선생님

  • 박진관
  • |
  • 입력 2020-09-18 07:46  |  수정 2020-09-18 07:54  |  발행일 2020-09-18 제16면

이정연
이정연〈작곡가〉

아스트로 피아졸라를 아는가. 그의 스승이 누구인지도 아는가. 이것도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피아졸라의 왕팬이다. 미국 유학 시절 수업과제로 피아졸라 음악에 대해 리포트를 쓴 적이 있다. 누에보 탱고의 열렬한 애호가였던 나는 과제를 통해 나디아 불랑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카바레에서 아코디언과 흡사하게 생긴 반도네온을 가지고 정통 탱고를 연주하던 피아졸라는 작곡가 알베르토 히나스테라를 만나 6년 동안 클래식 작곡법을 배운다. 그의 작품 중 신포니에타는 비평가들에게 최고의 곡으로 선정되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나디아 블랑제를 만나 작곡을 배우게 된다. 그의 음악을 두고 블랑제는 그만의 색깔이 없음을 지적하며, 오히려 생계를 위해 연주하던 정통 탱고에서 그의 빛깔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 피아졸라는 누에보 탱고의 선두주자가 된다.

전통 탱고에서 피아졸라의 재능을 발견해 그에게 새로운 음악 날개를 달아준 블랑제는 조지 거슈윈, 아론 코플랜드, 레너드 번스타인, 필립 글래스,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적 음악가들을 배출한 위대한 교육자다.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법칙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음악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 법칙을 몽땅 잊어야 한다.' 블랑제는 자신의 이 말처럼 원칙을 지키되 창작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게 해 주었다. 한 사람의 재능과 개성을 발견하는 데 있어 섬세한 안목과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는 열린 귀를 가진 '청진기를 든 선생님'이었다. 블랑제의 교수법은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학생들의 잠재된 능력을 일깨워주기 위해선 사제 간 소통의 장이 필요한데 그 공간은 어디일까. 바로 학교다. 모든 학교는 학습을 통해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학생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놀이터다. 그러나 전자매체를 통한 비대면 교육은 사제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또한 일방통행적 랜선 교육은 도전과 희망의 전달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뉴노멀 시대인 지금 교육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모든 교육자는 지식전달을 교육목표로 삼기보다 랜선을 통한 학생과의 의사소통법 연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방구석 학습놀이터가 최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맞는 청진기를 사용해야 한다. 학생들이 맞이한 고민과 고난은 선생님들이 소통하여 함께 나눔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기자 이미지

박진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