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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윤수 〈시인〉 |
배산임수에 집을 짓는다. 사방 차경을 대지로 삼고 건평은 작아도 좋다. 잘 익은 탱자와 황토를 섞어 방구들을 놓고 바람벽에는 달빛이 스미도록 바라지창을 단다. 대들보에 귀한 시구를 적고 방 앞에는 누마루를 내어 그곳에 앉아 새소리와 구름을 벗 삼아야지. 설계는 오래전에 해 두었으나 꿈속에서만 짓고 허무는 나의 오두막 한 채다.
집은 물리적 장치를 넘어 정신의 세계에 깊이 해당한다. 건축가이면서 시인이었던 김중업은 집을 설계할 때 집에 울 수 있는 곳도 설계해야 한다고 했고, 건축에 관한 대서사시 '건축예찬'을 쓴 지오 폰티는 "방은 하나의 세계이며 건축가는 창을 만들 때마다 그 창가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건축은 남성 전유물이며 하드웨어 영역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물며 철학자 칸트나 쇼펜하우어는 건축의 미를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필요와 용도에 의지한 열등한 불순물"로까지 치부했으니 건축은 다른 장르에 비해 오래도록 예술의 서자로 소외되었다.
20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건축이 종합예술로 현대 문화의 핵심에 위치한다. 건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과 바람이다. 건축은 자연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기본적인 삶과 정서에 기여한다. 건축이 종합예술인 이유는 건축의 모든 과정과 결과에 다른 예술의 특성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건축가 최상대가 쓴 '건축, 스케치로 읽고 문화로 느끼다'가 이를 잘 증명해준다. 이 책은 건축을 주춧돌로 삼고 문학과 음악, 미술과 영화까지 두루 자재로 삼으며 결구법으로 참하게 지은 문화 공간 같다. 그는 "건축은 사회적 책임, 알 수 없는 미래의 운명까지도 함께 하는 것이기에 협력을 넘어 건축가와 건축주 서로 간의 '위대한 계약서'가 있어야 위대한 건축이 가능하다"고 썼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고, 빛과 침묵의 거장 루이스 칸은 건축철학에 대한 심오하고 감동적인 어록들을 남겼다. 칸의 영향을 받았으며 프리츠커 상 수상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건축은 예술의 어머니"라고 했다. 건축은 모든 예술이 탄생하는 장소이고 깃드는 거처이기 때문이리라. 어떤 건축물은 생명과 인격을 지닌 존재 같다. 나는 감동적인 건축물을 보면 조용히 어루만지거나 이마를 대고 그 건축물의 숨결을 오래 느껴보곤 한다.
사윤수 〈시인〉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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