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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윤수〈시인〉 |
패기만만한 군사들의 함성이 격전지에 울려 퍼진다. '월싸덜싸'는 모래땅에 쓰러져 죽은 군사를 밟고 넘어 도망갔다는 뜻이라고 한다. 안동 차전놀이는 왕건과 견훤의 전투를 기념하며 천년을 이어온 민속놀이이고 원시적 감성과 큰 스케일, 공동체의 연대가 힘찬 국가무형문화재 제24호다. 양쪽 군사가 수백 명인데 오래전에 그 군사를 이끌고 독일과 캐나다에까지 공연하러 갔다고 한다.
붉은 옷을 입은 동부 왕건군과 푸른 옷을 입은 서부 견훤군이 대치하고, 청룡 백호 현무 주작 오색 깃발은 바람에 펄럭인다. 농악대가 풍물을 울리며 한바탕 흥을 돋운다. 양 진영의 장군이 거대한 동채에 올라타고 군사들은 동채를 단단히 받들어 맸다. 시징을 울리자 머리꾼들이 팔짱을 끼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나아간다. 뒤채꾼들도 동채를 밀며 적진을 향한다. 임전무퇴의 열기가 사기충천하다. 동부와 서부가 고를 맞붙이고 동채를 허공 높이 들어올린다.
양군이 동채를 밀었다 뺐다, 좌우로 빙빙 감돌아친다. 맹수가 위세를 과시하려고 두 앞발을 번쩍 들어 올리듯 동채를 다시 두둥실 띄운다. 동부 장군이 "동부야!" 외치고 서부 장군이 "서부야!" 부르니 놀이꾼들이 "워~이히!" 화답한다. 새끼줄로 두툼하게 동여 맨 고와 고가 치열하게 얽혔다. 한판 각축전이다. 이때 힘센 앞채꾼들이 잽싸게 적군을 밀치고 들어간다. 그리고 상대방의 동채에 감긴 줄을 풀어 찢고 먼저 동채를 땅에 떨어뜨린다. 농악대가 곧바로 쾌지나칭칭 승전가를 울린다. 패자는 짚신을 벗어들어 땅을 치며 통곡하고, 승자는 짚신을 던져 올리며 환호하는데 그 장면이 또 장관이다.
옛 시절 차전놀이는 시골 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했다. 그때 운동회는 온 가족 온 동네잔치여서 차전놀이가 벌어지면 응원 목청이 푸른 가을 하늘을 뒤흔들었다. 함께 대지 위를 뛰고 뒹굴며 승부를 겨루는 놀이문화는 심신을 건강하게 한다. 첨단 문명에 얽매여 사는 현대인들은 신선한 본능과 야성을 점점 잃어간다. 격리의 시간이 어서 지나고, 들판에서 어우렁더우렁 포효하는 차전놀이도 다시 볼 수 있어야 하리라.
#지난주 문화산책 '건축은 예술의 어머니'에서 '칸의 영향을 받았으며'를 '칸에게 영향을 주었으며'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아님을 정정합니다.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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