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메모와 사진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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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3  |  수정 2020-10-13 07:35  |  발행일 2020-10-13 제15면

백수범
백수범〈변호사〉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아프면 건강했던 일상이, 실직하면 회사 다닐 때가,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사이 좋을 때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느 보험회사 광고처럼 아침에 "다녀올게"라고 인사하고 나간 가족이 저녁에 잘 돌아오는 것만 해도, 생각해보면 매일 참 감사한 일이다.

특히 필자는 직업이 변호사이다 보니 남들보다 그런 경험을 더 많이 하면서 사는 것 같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힘들어하는 의뢰인들을 만나 공감하면서 위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슬퍼하고 때로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의뢰인들의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다 보면, 평범한 일상이 참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그런데 아쉬운 건 그런 생각을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될 때는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시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한 번 느낀 일상의 소중함을 영원히 기억한다면 사람들은 항상 즐겁게 살아갈 텐데, 계속 반복하는 우리는 참 정겨운 존재들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느낀 기억을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필자는 메모하고 사진을 찍어두는 습관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메모는 다이어리나 수첩이든 휴대폰 달력이든 메모장이든 가장 편한 도구를 사용하면 된다. 업무용 메모장이라도 가끔 그날 문득 든 생각이나 감상을 간단하게 적어두면 나중에 그날의 기분을 살짝 느껴볼 수 있다. 사진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메모가 전해줄 수 없는 그날의 장면까지 고스란히 전해주는 데다 요즘은 누구든지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몇 초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휴대폰을 꺼내 들기만 하면 된다.

필자가 가진 습관 중에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메모와 사진이 거의 전부다. 일상의 소중함은 물론이고, 업무적으로나 사회활동에 있어서도 메모하고 사진 찍는 습관 덕을 많이 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니, 메모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일할 수 없고 사진 찍지 않으면 지금처럼 행복할 수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메모와 사진을 예찬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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