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향촌동과 고양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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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2  |  수정 2020-10-22 07:55  |  발행일 2020-10-2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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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대구문학관 학예연구원〉

대구문학관 4층 도서열람실에서는 주변 건물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다. 가까운 건물 중에는 문학관만큼 높은 건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선 건물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문학관에서 해볼 수 있는 '유희거리'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창문 바깥을 가만히 지켜보자면 좀 더 흥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바로 향촌동의 오래된 집 옥상과 지붕들을 넘나드는 고양이의 모습이다.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는 향촌동은 고양이가 많은 동네다. 고양이야 어딜 가든 있겠지만, 향촌동은 고양이들이 즐겨 머물 만한 요소들이 좀 더 있지 않나 싶다. 우선 오래된 건물이 많다. 문학관만 하더라도 본래 오래전 은행이던 건물을 개조해 쓰는지라 100년이 넘은 건물인데, 인근의 건물 가운데는 그 못지않게 세월을 버텨온 것들도 많다. 관리를 잘해도 오래된 만큼 낡은 부분은 생기고, 그 틈을 타 쥐들이 스며들기 쉬울 것이다. 고양이들은 이 쥐들을 노리고 향촌동에 즐겨 머무르는 걸지도 모른다.

더불어 향촌동의 사람들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낼 줄 안다. 대부분 고양이들이 지나가도 관심조차 주지 않으며, 옆에 다가와 앉든 집에 드나들든 무심한 듯하다. 고양이들은 그 무심함에 기대어 집과 마당 한편, 지붕 위, 처마 밑, 심지어는 대청마루 위를 빌려 쉰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모습들이다.

향촌동에서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은 않다. 대구가 자랑하는 근대 시인 이장희가 향촌동의 고양이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이장희는 부유한 집 자제였으나 그 집에서 나와 북성로 골목 어느 집에 세 들어 살며 문학을 창작했다. 그때 그의 외로운 심사를 달래준 것이 인근에 살고 있던 고양이들이었다. 이장희가 1924년 동인지 '금성' 3호에서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시 '봄은 고양이로다'를 발표한 것과, 이밖에도 고양이가 그의 시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시인에게 고양이란 소중한 인연이었을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향촌동의 고양이들은 오래된 집 지붕 위를 누비면서 먹을 것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 햇볕을 쬐기도 한다. 그 느긋한 작태를 보고 있다 보면 여유로움도 옮는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다면 향촌동 고양이의 여유로움을 잠시 빌려보면 어떨까.

윤지혜 〈대구문학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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