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당신에게 시월은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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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7 07:50  |  수정 2020-10-27 07:52  |  발행일 2020-10-27 제15면

백수범
백수범 〈변호사〉

우리는 다른 달보다 유독 시월의 마지막 밤이나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을 노래하고 추억한다. 어떤 이에게는 낭만적인 가을이고, 어떤 이에게는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때이고, 어떤 이에게는 반가운 성수기거나 힘든 비수기다. 이제 시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달력을 넘기기 전에 우리의 시월을 떠올려본다.

10월1일은 대구 10월항쟁 기념일. 미 군정 시절인 1946년 "쌀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던 시민들에게 경찰이 공포탄을 쏘면서 당시 대구·경북인구 310여 만명 중 70만명이 파업과 시위에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시위에 동참했으며, 시민 1천여 명과 경찰 200여 명이 사망한 비극적 사건이었다. 이는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으로 이어졌다.

10월3일은 개천절.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홍익인간·이화세계의 뜻을 펼쳤다.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고조선을 세웠다고 전해지는 기원전 2333년 10월3일을 기념일로 정한 것인데,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처음 민족 기념일로 지정할 때는 음력이었다. 1949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 양력으로 기념하고 있다. 10월9일은 한글날. 세종대왕이 1446년에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양력으로 환산해 기념하고 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컴퓨터 자판으로 모든 글자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다.

10월16일은 부마민주항쟁기념일. 1979년 부산·마산에서 군부독재정권의 유신체제 철폐를 외친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부산대 학생들이 첫 교내 시위를 시작한 날을 2019년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10월25일은 독도의 날. 1900년 이날 고종이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섬으로 정하는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공포한 것을 기념한다. 10월26일은 안중근 의사 의거일. 안 의사가 1909년 하얼빈역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이다. 안 의사는 이듬해 2월14일 일본인 판사로부터 사형을 선고받고, 3월26일 오전 10시 뤼순감옥에서 순국했다.

당신에게 이번 시월은 어떤 달이었을까. 기쁜 달이었다면 그 여운이 오래 가기를, 슬픈 달이었다면 더 아프지 않기를, 그저 무탈한 달이었다면 그 평온이 이어지기를 빈다. 그리고 11월에는 더 행복하기를.

백수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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