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20] 포항 12경 둘레 맛 기행<22·끝> 바다내음 가득한 모리국수 전문점 '혜원식당'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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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8   |  발행일 2020-10-28 제22면   |  수정 2021-06-23 18:12
시원한 육수에 아귀 등 갖은 해산물 넣고 끓인 '모리국수' 얼큰하고 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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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의 별미 중 하나인 '모리국수' 단일 메뉴만 파는 혜원식당. 주변 모리국수집에 비해 역사가 깊지 않지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난 곳이다.


식도락 여행을 즐기기에 구룡포만 한 곳도 없다. 구룡포는 볼거리도 많지만 먹거리도 다양하다. 동해에서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이 지천이다. 진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게와 과메기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청어나 꽁치를 냉동과 해동을 반복해 바닷바람에 건조시킨 과메기는 겨울철 별미다. 과메기는 만드는 과정에서 DHA와 오메가3 지방산의 양이 증가하고, 핵산이 생성돼 피부 노화·체력 저하·뇌 쇠퇴 방지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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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돈된 혜원식당 내부. 3개방과 메인 홀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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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국수는 홍게와 멸치 등으로 우러낸 육수에 아귀와 칼국수를 넣고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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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 매운탕과 비슷하지만 다른 맛을 내는 모리국수.


구룡포의 별미는 해산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상도 3대 국수에 손꼽히는 제일국수공장표 해풍국수와 이름도 생소한 모리국수도 구룡포의 이름난 먹거리다.

특히 모리국수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유발한다. 유래에 대해선 몇 가지 설이 있다. 먼저 그날 잡힌 생선과 해산물을 대충 '모디(모아의 사투리)' 넣고 여럿이 냄비째로 먹는다고 해서 '모디국수'로 불리다가 나중에 모리국수로 굳어졌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또 음식 이름을 묻는 이들에게 포항 사투리로 '나도 모린다'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과 '많다'는 뜻을 가진 일본어 '모리(森)'와 연관이 있다는 설도 있다.

모리국수 집은 구룡포어시장 주변에 포진해 있다. 일본인가옥거리에서도 꽤 가깝다. 식당들은 대부분 골목 안에 위치한다. 구룡포수협에서 시장쪽으로 향하다 보면 두 번째 골목 어귀에도 모리국수 집이 있다. 혜원식당이란 상호를 쓰는 곳이다. 혜원은 임종희 대표의 큰딸 이름이다. 가족 이름을 쓰는 식당은 언제나 정겹다.

식당은 오래된 건물에 위치해 노포 분위기가 살짝 난다. 하지만 이곳의 역사는 생각보다는 길지 않다. 2015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구룡포에 진을 치고 있는 여러 모리국수 집 가운데 후발주자인 셈이다. 더욱이 임 대표는 구룡포 토박이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곳이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 '손맛'이 아닐까.

제주도에서 태어난 임 대표는 30여 년간 요식업에 종사했다. 경기도 의정부·동두천, 충남 당진·서천 등지에서 부대찌개 식당, 백반집 등을 운영했다. 노하우가 쌓인 만큼 맛에 있어선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임 대표가 신경을 쓰는 부분은 육수 맛이다. 이곳 육수는 홍게와 멸치, 명태머리를 베이스로 고추씨, 다시다, 무, 파뿌리, 밴댕이를 첨가해 시원한 맛을 낸다. 재료 모두 국내산이다. 또 인공 조미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재료는 아귀와 칼국수다. 이와 더불어 오징어, 홍합, 조개, 미더덕, 콩나물 등을 넣어 맛을 완성한다. 시원한 맛을 극대화한 레시피다. 꼼치(미역초·물메기)를 메인 재료로 쓰는 곳도 많지만 '모디' 넣어 만든 요리에 정해진 재료가 있을까 싶다. 더욱이 꼼치는 매년 4~7월이 제철인 터라 사계절 나는 아귀가 일정한 맛을 내기에 더 유리한 점도 있다.

이곳 모리국수는 텁텁한 맛이 덜하고 꽤 얼큰하다. 칼칼한 맛도 살짝 치고 올라온다. 아귀살은 언제 먹어도 부드럽고 담백하다. 국수면과도 궁합이 꽤 괜찮다. 씹는 맛을 더해주는 콩나물과 미더덕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양도 푸짐한 편이라 가성비도 높다.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239-2. 운영시간 매일 오전 8시~오후 8시.

▶김동석 영남대 겸임교수의 한줄평: 모리국수 한 가지만 취급하는 전문점. 동해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과 칼국수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주인장의 인심도 넉넉한 편.

▶평점(5점 만점) : 맛 ★★★★ 가성비 ★★★★★ 분위기 ★★★ 서비스 ★★★★★ 위생 ★★★★
공동기획: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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