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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나〈극단 난연 대표〉 |
'행복의 열쇠 중 하나는 나쁜 기억이다.'(리타 메이 브라운).
어느새 11월이 되었다. 두 달이 지나면 2020년은 과거가 된다. 지난 2월부터 유독 시간의 체감은 내 삶의 무게와 비례하는 듯, 이 세상의 무게와도 비례하지 않았을까?
지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 멈춰버린 듯 버겁던 시간, 시간의 속도에 숨이 탁 막힐 듯한 날들이 있다. 그러다 그 무거운 시간 속에서 가벼워진 듯한 몸처럼, 편안한 마음처럼 어느덧 순식간에 아침 해에서 저녁 달을 보는 그런 날도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매일 지옥 같던 시간과 그 지옥 같은 시간 덕분에 천국 같은 시간도 맛보는 양날의 인생 미슐랭 가이드가 된 듯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친구들과 나들이를 나갔다가 소원을 비는 곳이 있어 짧게 빌고 있었다.
그때 함께 있던 누군가가 물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어?" "평생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지금 행복하지 않아?" "몰라, 그런가?"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매일 슬프게 살지도 않는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난 매일 매 시간 매 순간의 행복을 빌었다. 그 소원을 품었다는 건 난 매일 행복이 와도 더 큰 행복을 바라며 순간의 행복들을 지워버린 건 아닐까? 내 삶의 무게만큼 느린 시간을 가진 불행 속에서 무감각해진 난, 그 속에서 분명 솜털같이 가볍고 즐거운 행복이 있었음에도 그 무게에 내 행복을 눌러버려 잊은 지도 모른다.
내 행복의 크기는 언제나 내 불행의 크기 그 이상임을 매일 잊고 만다.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당장 나에게 닥친 불행도 행복도 같은 시간임은 틀림없다. 다만 당장의 불행이 영원할 것만 같다고 착각할 뿐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불행만큼 행복은 늘 대기 중이다. 불행이 길다면 행복의 크기가 크거나 길 것이며, 불행이 짧다면 행복도 짧고 가볍게 온다. 그러니 불행에 지지도 말고 불행의 기억을 지울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 불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무게를 견뎌내고 이겨낸 나 자신을 대견해하자. 그리고 내가 가진 무게만큼 행복이 온다는 걸 알고 지금 행복을 즐기는 내 모습과 시간을 충분히 느끼면 된다.
"무슨 소원을 빌었어?" "잊지 말게 해달라고, 내 불행을 잘 이겨낸 지금의 나와 지금의 내 행복을!"
김하나〈극단 난연 대표〉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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