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포스트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의 비전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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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수정 2020-11-04  |  발행일 2020-11-04 제면
韓경제 고비마다 혈로 개척

대응 따라 정치승패도 달려

지난 몇달간 코로나 충격 속

檢개혁·한국판 뉴딜 두 흐름

결국 하나로 엮일 비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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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최근 뉴스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국적 항공사 중 하나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 속에서도 의외의 흑자경영을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항공 여객 수요의 급감에 좌절하지 않고, 항공 화물 수요의 급증이라는 블루오션을 찾아낸 뒤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일 것이다. 이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돌파할 묘안을 제시해 준 점에서 해당 항공사의 임직원들께 찬사와 함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사는 고비마다 대내외의 위기상황에 맞서 최적의 혈로를 개척해온 과정이었다. 미소 냉전 심화와 미중 데탕트의 시작, 두 차례의 오일 쇼크, 공산권 몰락과 글로벌리제이션의 대두, 가까이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금의 코로나19 사태까지 어느 하나도 위중하지 않은 상황이 없었다. 누가 이러한 위기상황의 본질을 읽고 최선의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정치적 승패 또한 달려 있었다. 먹고사는 문제, 더 잘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도태되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대한민국 정치의 표면과 저류에는 매우 상반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표면에는 단연 공수처 출범,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등과 관련된 검찰개혁 이슈가 뚜렷하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현직 검찰총장이 행한 발언과 태도에 그의 정치적 미래와 관련된 의미들이 부여되면서, 이 이슈는 마치 차기 대선 레이스의 분수령이나 되는 듯 취급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양립하기 어려움을 잘 알면서도, 현직 검찰총장을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중 1위로 꼽는 여론조사를 소비하는 여야의 모습은 그 단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저류에서는 전혀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시작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은 이를 대표한다.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 지역균형 뉴딜 등 다양한 하위 버전을 가진 이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그동안 나왔던 대안들의 종합판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비판은 지금의 시대적 맥락이 과거와 다르며, 따라서 대안들의 의미도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핵심은 '한국판 뉴딜'이 포스트 글로벌리제이션 시대를 겨냥한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엄청난 충격 속에서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던 급진적인 글로벌리제이션은 이미 그 성격을 바꾸고 있다. TV 프로그램마다 지구 반대쪽 나라들의 풍경과 생활상이 넘쳐나고, 거리거리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을 만연히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긴급한 필요가 없는 인적 교류는 최소화되는 대신 이미 글로벌화한 경제체제의 유지를 위해 국제 물류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글로벌리제이션과 함께 도래했던 사치재의 과시적 소비보다는 삶에 긴요한 물품들의 일상적 소비가 중요해질 것이며, 지역에 밀착된 제조업의 가치가 생산과 소비, 고용과 사회 통합의 여러 측면에서 재조명될 것이다.

서울시장 등 내년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한국 정치의 표면과 저류에서 형성된 이 두 흐름은 결국 하나로 엮이게 될 것이다. 이 가운데 결정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저류의 흐름, 즉 포스트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의 비전을 누가 어떻게 제시하는가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정치의 표면을 지배하는 현직 검찰총장의 정치적 미래 논란은 앞으로 본격화될 비전 경쟁을 준비하기 위하여 여야 모두가 시간을 벌기 위한 물밑의 타협책일 수도 있을 테다. 어느덧 대권 놀음의 한복판에 들어선 현직 검찰총장은 과연 이 점을 알고 있을까?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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