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암을 포함한 대장암의 발생 빈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명이 늘어나면서 대장암 발생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의들은 분석하고 있다.
9일 국립암센터의 '국가 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대장암은 2014년 암 발생 순위 중 3위에서 2015년 2위로 올라선 이후 2017년까지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대장암 환자는 2017년 한 해에만 2만8천111명 발생해 전체 암의 12.1%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대장암 확진 후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유병자)은 25만1천63명으로, 오랫동안 암 1위 자리를 유지하는 위암(28만9천223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대장암의 발생빈도가 늘어난 이유로 많은 이들이 '서구화된 식생활'을 꼽고 있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전문의들은 분석했다.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요인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
영남대병원 김재황 교수(대장항문외과)는 "25년 이상 대장암 환자를 지켜본 경험으로 미뤄 이 의견에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환자들이 70~80세 이상으로 특별히 '서구화된 식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고, 환자 본인들도 역시 특별히 육류 및 지방 섭취를 많이 했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개는 소위 시골에 살거나 시골에 오래 살았던 분들로, 햄이나 치즈 우유와 친하지 않은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수명연장과 함께 늘어난 대장암
'붉은 살코기' '기름진 음식' 등 대표적인 발암성 식품들의 애호가가 아닌 대부분의 환자는 왜 대장암에 많이 걸리게 된 걸까. 김 교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으로 의료와 일상생활 환경의 선진국화로 인한 수명 연장"을 꼽았다.
대장은 맹장에서부터 직장까지를 말하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길이가 150㎝ 정도다. 소장에서 음식물 중 영양분 즉 포도당, 지방, 단백질을 흡수하면 대장은 남은 찌꺼기를 대변으로 만들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탓에 대장은 우리 몸에서 세균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장기다. 또 섭취한 음식물의 종말 처리기관으로서 평생 오염물질과 만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탓에 우리 신체조직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장기라 할 수 있다. 오래 사용하면 깨끗한 조직보다 그렇지 못한 조직에서 탈이 날 가능성이 크기에 대장 조직은 가장 탈이 날 가능성이 많은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래 살면 대장암이 걸릴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장암 예방은
이렇게 수명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구도 함께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장암 예방에 대한 관심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다른 건강수칙과 다를 것 없이 △골고루 먹되 과식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과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정도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일상 속 방법이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골고루 먹는 것이 쉽지 않지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골고루'에는 붉은 살코기 그리고 지방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수술 전과 후 그리고 항암 치료 중에는 특별히 더 필요하다. 살코기와 지방은 우리 몸 조직의 구성인 세포 형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수술 후 회복 과정에는 조직재생이 심하게 일어나고,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단백질과 지방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들어가는 단백질·지방이 부족하면 내 몸의 구성조직 속의 단백질 지방을 이용해야 하는 탓에 몸이 심하게 약해지게 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노력하면 주기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직업상, 본인이 처한 여건상 어려운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유연하게 가지면 가능해진다. 운동으로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운동은 걷거나 가볍게 뛰는 것이다. 우리 몸의 근육의 70~80%가 하체에 있는 만큼 다리를 쓰는 운동이 운동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런 만큼 출근길에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기 등 별도의 시간을 내서 운동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상 속에서 운동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암의 치료 과정에서 긍정적인 생각은 확실히 예후를 좋게 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김 교수는 "실제 환자를 진료해보면 긍적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의 예후가 확실하게 좋다. 긍정적 사고가 신체 기능을 항진시킨다는 연구가 많다. 이는 스트레스와 반대되는 신체에 대한 긍정적 영향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일상 속에서 예방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의료 기술의 발달한 상황도 긍정적 사고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대장암은 발달된 수술 기법과 새로운 항암제의 등장으로 최근 완치율이 괄목할 만큼 증가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대장암 판정을 받더라도 '치료될 수 있다'라는 긍정적 생각을 가져도 좋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김 교수는 "환자와 가족들은 수술 및 항암 치료를 포함한 치료 과정에서의 식생활과 일상생활에 대해 의문이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육식·채식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다. 운동한다. 그리고 과로하지 않는다'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일상 생활속에서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대장암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수술기법과 새로운 항암제 등이 많이 나와 완치율이 크게 높아진 만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치료 이후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김재황 영남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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