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개헌 과제에 대한 법리 검토에 본격 착수하겠다"라고 밝힌 것에 주목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국민 이견이 없는 사안을 중심으로 한 단계적 개헌 추진 의지를 공개 천명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이해된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데다, 관련 부처가 곧바로 실무 논의에 들어간 것을 보면 이번 개헌 논의는 예전처럼 뒷공론으로 끝날 것 같진 않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시점은 오는 '6월 3일'이 좋겠다. 쇠뿔도 단김에 빼듯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하는 게 효율적이다. 개헌특위 구성 및 개헌안 마련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당장 여·야·정이 논의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또 때를 놓친다. 국민과 정치권 모두 공감하고 추진이 쉬운 의제부터 개헌 목록에 우선 올리는 게 성공적 개헌의 관건이다. 바로 균형발전과 분권 중심의 '지방자치 강화' 개헌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 의제로 3가지를 제시했다. △5·18 정신, 부마항쟁 등 민주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요건의 엄격화 △지방자치 강화가 그것이다. 이것만도 벅찬데 법무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태세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국민 공감대가 있는 개혁 과제들을 발굴해 헌법에 담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물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여망을 새 헌법에 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욕이 넘쳐 판을 지나치게 넓게 펼치면 개헌 작업은 또 사회적 갈등의 수렁에 빠진다. 개헌 논의가 늘 용두사미에 그친 이유 중 하나다. 야권은 벌써 '정권 맞춤 개헌' '연임 사전 작업'이라 비판한다. 이때 필요한 게 선택과 집중이다. '절제된 개헌'이 그것이다.
이번 개헌은 대통령이 제시한 3가지 의제 중 '지방자치 강화'에 보다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방점이 찍힌다. 이는 야당의 비판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의제다. 한국사회의 지역불균형 문제와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헌법 전문에 명시, 국가운영의 기본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칭 변경하는 것도 마땅하다. 지방정부 스스로 조직 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치재정권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 수도 이전 등 국가 기능 분산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이참에 논의해볼 만하다. 낡은 헌법이 미래 세대의 삶을 구속하지 않으려면 '지방정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개헌의 문부터 열어야 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3/5_한동훈_인터뷰_썸네일.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