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원호 〈상화기념관 이장가문화관장〉 |
전태일 열사는 생전 대구 청옥고등공민학교(현 명덕초등 강당 부근)를 다닌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지난 12일 그가 살던 집에 문패를 다는 행사가 있었다. 대구 출신인 열사가 학창 시절에 기거했던 집이 아직 남아 있는데, 기념관 설립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집을 매입하고 문패를 달게 된 것이다.
나는 전태일의 짧은 인생을 사실 나열로 배웠던 세대다. 최근 그를 부정하며 그의 생애에 대해서 다른 해석을 가진 의견도 종종 보게 되는데, 그가 사망하였던 시기와 훨씬 가까웠던 20~30년 전에는 열사의 생에 대해 장황한 설명보다는 사실 나열로 충분했던 것으로 보아 내가 배운 것이 역사적 사실과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 1970년으로부터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전태일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휴머니즘'이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외치며 분신했던 그의 희생을 우리는 뒤돌아보고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이라는 이익집단으로 제도권에 편입되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일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방송에 나온 분진 가득한 공장뿐만 아니다. 1일 2교대의 경비, 밤샘 편의점, 택배 노동자의 새벽 배송 등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 선다면 고개가 갸우뚱한 사업 분야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므로, 가격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는 것이 시장주의인데 가격 협상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 중에 고강도의 노동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과로로 인해 사망자가 생긴 몇몇 서비스에 대해 국가가 그 일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려고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반성이 아니라 아예 서비스를 못 하게 하는 것은 반시장적인 정책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면서 그런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지, 근무환경이 정상적인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반성하고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것이 지금 이 시대 우리가 이어나가야 할 전태일의 유산일 것이다.
평생을 집 없이 살던 분이 사후 50년을 맞아 자신의 이름으로 된 문패를 가지게 되었다. 기적 같은 모습에 몇 번이나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대구시민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이원호 <상화기념관 이장가문화관장>
박진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